한국의 기업들이 각종 규제로 떠안는 부담을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36조 원이 넘는다고 정부가 분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규제 비용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2.1배 수준으로 서비스업의 규제가 특히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중소기업 규제 개선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인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따르면 OECD 규제지수를 이용해 국내 기업들의 규제비용을 분석한 결과 2013년 기준 한국의 총 규제비용이 36조192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낸 법인세(42조7000억 원) 대비 85% 수준이다.
OECD 규제지수란 OECD가 회원국을 상대로 투자 장벽, 정부 통제 등의 규제를 수치화해 매긴 지수다. 삼성경제연구소 등이 유사한 방식으로 규제비용을 계산한 적은 있으나 정부가 직접 한국의 규제 수준을 비용으로 측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석 결과 한국의 규제비용은 2013년 GDP 대비 2.5%에 달해 OECD 회원국 중 6번째로 높았다. 터키(7.9%)를 비롯해 칠레, 헝가리, 멕시코, 폴란드가 한국보다 규제비용이 컸다. OECD 회원국의 평균 규제비용은 17조714억 원으로 GDP 대비 1.9%였다. 스위스(0.62%) 스웨덴(0.88%) 독일(0.98%) 등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알려진 곳들의 비중이 낮았다.
한국의 업종별 규제비용 중에서는 금융, 교육, 의료 등 지식 서비스업이 8조8650억 원으로 가장 컸다. 지식 서비스업을 포함한 전체 서비스업의 규제비용(21조3916억 원)은 총 규제비용의 59.1%를 차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표적인 금융규제’로 지목한 액티브X를 비롯해 국제학교의 엄격한 입학 자격,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 제한 등이 대표적인 서비스 규제다. 이혁우 배재대 교수(행정학)는 “그동안 규제개혁을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GDP 대비 규제비용이 선진국보다 높은 만큼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규제비용 분석 결과를 토대로 올해부터 규제비용 총량제를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 지연으로 실시가 미뤄지고 있다. 규제비용 총량제란 각종 규제를 비용 및 점수로 환산해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할 때는 동일한 비용·점수의 기존 규제를 폐지 완화하도록 하는 제도다. 영국, 캐나다 등에서 2012년부터 도입한 제도로 정부의 전체 규제 수준을 일정 정도로 유지하거나 낮추는 데 활용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