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58% “제대로 추진 못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2일 03시 00분


정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첫해 성과 물어보니…
중기중앙회 기업인 300명 설문

지방에서 직원 20여 명을 데리고 중소형 어선 수리 및 부품 납품업을 하는 이모 대표(61)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도대체 정부의 진짜 목표가 뭐냐”고 따지듯 물었다.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면서 어떻게 최저임금 인상을 주문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대표는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당연히 직원을 줄여야 한다”면서 “정부의 모습이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꼴”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이런 중소기업인들의 불만이 설문조사에서 고스란히 터져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추진 1년을 맞아 중소기업인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8.3%가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면서 낙제점을 줬다. ‘보통이다’라고 응답한 34%까지 합하면 10명 가운데 9명 이상(92.3%)이 보통 이하의 점수를 준 셈이다.

정부의 추진성과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로는 내수침체(39.5%)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다음으로 추진력 부족(17.7%), 국회마비(15.4%), 국민의 이해와 지지 부족(13.1%), 세부계획 미흡(7.4%) 등의 순으로 답했다.

중소기업인들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과제들 가운데 반드시 우선 달성해야 할 것으로 내수기반 확대(55.7%)와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55.3%)를 많이 꼽았다. 국내 중소기업 대부분이 내수시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내수기반 확대는 생존의 필수조건이라는 생각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또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를 꼽은 것은 ‘일자리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 등을 둘러싼 정부 경제정책의 갈지(之)자 행보에 대한 불만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공공부문 개혁(47%), 사회안전망 확충(34.3%), 청년·여성 고용률 제고(27.3)에 대한 요구도 많았다.  
▼ 내수 확대-시장경제 원칙… 우선 추진할 과제로 꼽아 ▼

중기중앙회 설문


현장의 중소기업인들이 지난 1년간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추진을 직접 체감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설문결과 드러났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인이 23.3%에 달했고, 이름만 아는 경우도 45.7%였다. 내용을 잘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3%에 불과했다.

캐릭터 관련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정모 대표는 “박근혜 정권 초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앞서 캐릭터 산업 육성 계획 등 여러 계획들이 발표됐지만 발표에 그쳤을 뿐 체감할 수 있는 결과가 없었다”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에 새 정책에도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나 관련 기관에서는 보여주기식 지원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면서 “예를 들어 ‘해외사업 지원’이라고 하면 천편일률적으로 해외 홍보 부스만 제공하고 끝이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추진 상황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인 57%는 이 계획이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 계획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미치는 구조적인 변화에 대해서도 긍정의 응답(33.7%)이 부정적 응답(23.0%)보다 많았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내수 부진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정부가 인내심을 갖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경제혁신#3개년 계획#중기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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