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적극 검토됐던 현대자동차의 미국 제2공장 건설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에서의 판매 증가율이 업계 평균을 밑도는 가운데 인기가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을 생산해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시장 점유율은 현대차 4.4%, 기아차 3.5%다.
1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미국 남동부 앨라배마에 공장을 운영 중인 현대차는 복수 후보지를 놓고 연산 30만 대 규모의 제2공장을 올해 착공해 2017년부터 양산하는 방안을 최종 검토하고 있다. 최근 경기 회복과 저유가로 미국의 자동차 판매시장이 살아나면서 SUV 수요가 급증했지만 현대차가 이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올해 1, 2월 미국 시장의 SUV 판매량은 88만5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5%나 늘었다. 현대차의 SUV인 싼타페도 이 기간 20% 급증한 1만6511대가 팔렸다. 현대차로서는 인기가 좋은 SUV 판매를 늘려 다소 주춤한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
그러나 현재 연산 30만 대 규모인 현대차의 앨라배마 공장은 쏘나타와 아반떼만을 생산하고 있다. 싼타페는 미국 조지아에 있는 기아차 공장에서 위탁 생산한다. 하지만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쏘렌토도 혼류 생산하고 있어 현대차의 싼타페 생산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현대차의 미국 제2공장 건설을 픽업트럭 생산을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올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현대차가 공개한 픽업트럭인 산타크루즈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 2012년 3월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내년 3월 15일부터는 SUV를 포함한 세단을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할 때 관세가 사라진다. 하지만 픽업트럭은 여전히 25%의 관세가 유지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일본 업체에 시장 점유율이 뒤처지는 가장 큰 이유는 픽업트럭의 부재 때문”이라며 “결국 픽업트럭 시장에 진출하려면 관세 문제로 미국 현지에서 생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800만5000여 대를 생산한 현대차그룹은 현재 멕시코에 연산 30만 대의 기아차 공장을 짓고 있다. 또 중국 허베이 성 창저우 시와 충칭 시에 각각 30만 대 규모로 중국 4, 5공장 건립을 확정했다. 이 밖에도 기아차의 중국 공장 증설(15만 대)도 진행 중이다. 미국 2공장이 예정대로 확정되면 2018년에는 모두 940만여 대의 생산 체계를 갖추게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아차가 가장 필요로 하는 인도 공장이 추가로 추진되면 명실상부한 1000만 대 시대를 열어 글로벌 빅3의 위치에 근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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