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리엄 니슨이 진지한 얼굴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복수’ 버튼을 누른다. ‘앵그리니슨52’라는 아이디의 플레이어가 게임 안에서 무지막지하게 돌격한다. 핀란드 게임업체 슈퍼셀의 ‘클래시오브클랜’은 영화 ‘테이큰’ 시리즈에서 납치당한 딸에 대한 복수전으로 유명한 니슨을 TV 광고에 기용했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만 4900만 재생 수를 기록한 이 광고는 지난달 한국에도 상륙해 히트를 쳤다.
최근 국내외 모바일 게임 광고가 TV 화면으로까지 확대되면서 게임 업계에서 유례가 없던 ‘스크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슈퍼셀의 클래시오브클랜은 이러한 흐름을 초기에 주도한 사례로 꼽힌다. 2013년 9월 출시된 이후 국내에선 비교적 부진했던 클래시오브클랜은 지난해 6월부터 지하철과 버스 등 옥외광고를 시작한 데 이어 TV와 영화관 스크린을 통해 3차원(3D) 애니메이션 광고를 내보냈고 같은 해 10월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이후 국내외 모바일 게임 업체는 올해 들어 TV 광고를 경쟁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네시삼십삼분의 ‘영웅’은 1월부터 영화 명량을 패러디한 TV 광고를 한 뒤 구글플레이 4위까지 올라섰다. 이후 걸그룹 씨스타 등 인기 연예인을 앞세워 후속 광고를 낸 것도 슈퍼셀의 행보와 비슷하다.
2월에는 넷마블의 ‘모두의 마블’과 라인의 ‘라인 레인저스’가 3D 캐릭터를 앞세워 광고에 나섰다. 매출 효과가 이어지자 넷마블은 신작 게임 ‘레이븐’ 출시 직후인 14일부터 액션 블록버스터급 광고를 내보냈다. ‘캔디크러쉬사가’를 히트시킨 글로벌 게임사 킹은 국내 인기 연예인들을 대거 등장시킨 TV 광고의 티저 영상을 서둘러 공개하기도 했다.
모바일 게임 업계가 TV 광고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게임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분석된다.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등 기존 국내 인기 게임들은 PC 플랫폼에 제한돼 특정 유저층의 평가가 중요했고 PC방의 입소문으로 인기 순위가 갈렸다. 이와 달리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은 최근 2, 3년간 급속히 확산되며 ‘게임의 대중화’를 이끌어 왔다.
김성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사무국장은 “이전에 게임이 ‘청소년 중심의 문화’였다면 모바일 게임 시대로 넘어오면서 성별 연령 차이 없이 모든 국민이 게임을 즐기게 됐다”며 “이제 대중화를 거쳐 TV 광고가 가능한 상황이 됐고, 실제로 게임업계에서 광고를 통해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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