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16일자(A1·4·5면 참조)에 보도한 ‘대형마트 파격할인의 배신’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파격할인을 내세운 대형마트의 행사상품 상당수가 행사 후에도 같은 가격에 팔리거나 오히려 가격이 내렸다는 보도에 대해 많은 소비자는 “배신감을 느낀다”며 분개했다. 그런데 일부는 “원래 그런 거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이면에는 ‘기업의 마케팅으로서 이해한다’는 생각과 ‘원래부터 대형마트를 믿지 않았다’는 불신이 섞여 있었다.
대형마트들은 “일부 실수가 있었을 수 있지만 소비자를 속일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할인행사 상품으로 싸게 들여온 상품을 행사가 끝났다고 가격을 올리는 것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는 항변도 들렸다.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그런 항변이 합당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다. 대형마트가 스스로 공표한 행사기간이 지났는데도 가격이 변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구태여 ‘할인할 때 좀 더 살’ 이유가 없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소비자는 대형마트의 어떤 파격할인도 믿지 않게 될 것이다. 소비자와 유통업체 모두에 좋을 게 없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마트의 이런 행태에 대해 ‘위법 행위’라는 분명한 해석을 내놓았다. 표시광고법에서 규정하는 부당한 표시·광고 중 ‘기만적인 표시·광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명칭에서 보듯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옳다.
소비자가 정확한 가격을 모른다는 사실을 전제로 눈속임을 하다가 쇠락한 대표적인 곳이 서울 용산전자상가와 동대문 의류시장이다. 중학생 시절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동대문시장에 트레이닝복을 사러 간 적이 있다. 나를 붙잡은 점원은 “여기가 제일 싸, 지금 아니면 못 사. 날 믿어. 만약에 내 말이 뻥이면 내가 너한테 따귀를 맞을게”라고 했다. 며칠 뒤 내가 산 옷이 제일 싸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점원의 따귀를 때리러 가지는 않았다. 물론 그곳에 다시는 가지도 않았다. 소비자의 불신이 쌓이면 시장은 언젠가는 무너진다. 과거엔 무너지는 기간이 10년이었다면 인터넷 발달로 지금은 1년도 채 안 걸릴 것이다.
본보 보도 이후 기사의 배후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적잖았다. 단언컨대 그런 건 없다. 다만 어머니는 종종 말씀하셨다. “마트에 갈 때마다 특별 할인행사를 너무 자주 하는 것이 이상해.” 어머니는 평범한 소비자다. 대형마트의 ‘특가 할인’과 ‘1+1’ 판매에 손길을 한 번 더 준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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