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사업 키우는 효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9일 03시 00분


벤츠-렉서스 이어 마세라티-페라리 딜러사업 인수 추진

2004년 수입차 딜러 사업에 처음 뛰어들었던 효성그룹이 앞으로 마세라티와 페라리 등 고급 수입자동차 판매로 사업을 확장한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18일 효성그룹은 마세라티와 페라리를 수입하는 동아원 계열사 ‘FMK(포르자모터스코리아코퍼레이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원은 앞서 17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FMK의 지분 100%를 200억 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효성은 기존 수입차 딜러 사업과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효성은 2004년 사업 다각화를 위해 수입차 딜러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더클래스효성(메르세데스벤츠), 효성토요타(도요타), 더프리미엄효성(렉서스) 등 수입차 딜러계열사 3곳을 거느리고 있다. 3개 회사의 매출은 2013년 기준 4874억 원이다.

효성 관계자는 “그룹 전체 매출(약 12조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큰 편이 아니지만 국내 고급 자동차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향후 성장성을 고려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마세라티는 지난해 국내에서 전년(2013년) 대비 469% 증가한 723대를 팔았다. 올해에는 인기 모델 ‘기블리’를 중심으로 판매량을 70% 늘릴 계획이다. 페라리 역시 지난해 국내 사전예약 대수가 100대를 돌파했다. 2013년 대비 10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국내에서도 여러 수입차 브랜드를 취급하는 ‘메가 딜러’의 시대가 왔다고 보고 있다. 여러 수입차 브랜드를 취급할 경우 수입차 법인과의 협상력을 높이는 한편 각 계열사와 판매 및 서비스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입차 시장 규모가 큰 일본이나 미국 등에서는 이미 메가 딜러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혼다, 재규어, 랜드로버, 인피니티 등을 수입하는 KCC정보통신이 대표적 메가 딜러로 꼽힌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국내 법인은 차를 본사로부터 수입해 온 뒤 딜러사에 넘기고, 딜러가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때문에 통상 수입차 법인과 딜러사는 전형적인 ‘갑을 관계’”라며 “여러 브랜드를 취급할 경우 가격 협상 등에서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효성의 주력 업종인 섬유 및 소재 사업이 자동차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 이번 인수를 추진한 배경으로 꼽았다. 효성은 타이어의 소재인 타이어코드와 에어백 및 안전띠 소재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인 업체다. 또한 효성이 생산하는 탄소섬유와 폴리케톤은 완성차 업계에서 주목하는 자동차 신소재로 꼽힌다.

이번 인수가 동아원의 재무구조 개선을 돕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효성은 “철저히 사업적인 판단”이라고 해명했다. 이희상 동아원 회장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의 장인으로 조 회장과는 사돈 간이다. 조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효성ITX는 동아원의 3대 주주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효성#수입차#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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