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해 10월 출범시킨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임개위)’ 협의 시한(3월 31일까지)이 10여 일 남은 가운데 노사 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0일 사측이 선정한 교수 2명, 노조 측이 선정한 교수 2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이 울산공장에서 열리는 4차 본회의에서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제시할 예정인 가운데, 이를 계기로 노사 협상의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앞서 자문위원단은 12일 3차 본회의에서 근로자의 작업 성과 및 능력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독일과 일본 자동차업체의 사례를 발표했다. 한 자문위원은 “독일과 일본 사례를 한국 현대차 임금체계에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다”며 “‘임금의 안정성’이라는 노조 측 요구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임금의 효율성’이라는 사측 요구를 노사 상생의 관점에서 고민해 제시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성은 기본급 비중을 높이고 복잡한 수당체계를 간소화해 기업 실적에 따라 임금이 변동할 여지를 줄이는 것, 효율성은 성과에 따른 보상을 실시해 작업 능력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20일 제시안이 나오면 임개위는 한두 차례 더 회의를 열고 합의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노조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 임금체계 개편은 나중에 논의하자”는 입장인 반면 사측은 “호봉승급제를 폐기하고 능력 성과급제로 가는 것이 우선이다. 통상임금은 추후 논의하자”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에서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으면 향후 파업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노사 모두 “임개위 협상 시한은 노사가 ‘합의’한 시한일 뿐이므로 언제든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협상 시한이 연장되거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과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중 큰 틀의 원칙에 대해서만 합의하더라도 상당한 진전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비슷한 사례도 있었다. 1967년 창립부터 이어오던 주야 2교대(주간조와 야간조가 10시간씩 맞교대 근무)를 2013년 주간 2교대 ‘8+9(주간 1조 8시간 근무, 주간 2조 8시간 근무 후 1시간 잔업)’ 체계로 전환한 것이다. 2003년부터 현대차 노사는 주간 2교대 전환을 논의했으나 노조는 “업무 강도에 변화 없는 근로시간 단축”, 사측은 “총 생산량에 변화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논의 시작 9년 만인 2012년 근무시간이 줄더라도 노조는 생산능력을 유지하기로 하고, 회사는 동일한 임금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합의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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