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기업 샤넬이 최근 한국에서 판매하는 핸드백 가격을 최대 20% 내렸다. 샤넬은 그동안 가격을 계속 올리기만 해 왔다. 쓰던 제품을 나중에 중고로 팔아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샤테크(샤넬+재태크)’란 말이 생길 정도였다.
이번에 가격이 인하된 제품은 샤넬의 대표 가방 제품인 ‘11.12(클래식)백’ ‘2.55백’ ‘보이샤넬 백’ 등 세 가지다. 11.12백 미디엄 사이즈의 한국 가격은 기존 643만 원에서 538만 원으로 내려갔다.
샤넬은 내달 8일부터 유럽의 가방 판매 가격은 올리고, 중국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의 가방 값은 내린다. 이는 샤넬이 그간 고수해온 ‘국가별 가격 정책’을 버리고 ‘글로벌 가격 일치화(하모니제이션)’ 전략으로 돌아선 것을 뜻한다. 샤넬은 연말까지 가방 이외 다른 제품들의 가격도 조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샤넬 패션사업부 사장은 17일(현지 시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어느 매장을 가든 유럽 현지 가격에서 10% 이내로만 차이가 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업계의 리더 격인 샤넬이 처음으로 가격 인하와 글로벌 가격 조정을 감행함에 따라 다른 명품 및 수입 소비재 기업들도 줄줄이 가격 조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샤넬의 유례없는 가격 조정 배경에는 최근 소비재 기업들이 고민하는 3가지 경제 키워드가 숨어있다고 분석한다.
첫째는 글로벌 환율 불안이다. 지난해 초 유로당 1500원에 육박했던 유로화 가치는 최근 1190원 선으로 떨어져 달러(1130원)와 엇비슷해졌다. 이에 따라 유럽과 한국의 샤넬 제품 가격 차는 40∼50%까지 벌어졌다.
두 번째 키워드는 중국인 관광객이다. 샤넬을 포함한 주요 명품 기업들은 현재 선진국 매장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데 정작 중국 현지 매장은 한산해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직접 유럽으로 ‘원정 쇼핑’을 떠나지 못하는 아시아 소비자들이 온라인 구매에 눈길을 돌린 것도 명품 기업들에는 골칫거리다. 최근에는 직접구매(직구)는 물론이고 대신 물건을 사주는 구매대행 시장도 성업 중이다.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샤넬 구매대행’을 검색어로 입력하면 ‘샤넬 백, 에르메스 백을 대신 사다 주겠다’는 블로그만 수십 개가 넘게 검색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가별 제품 가격은 해당 시장 내에서 브랜드가 차지하는 위상 등을 감안해 결정된다”며 “최근 들어 한국 및 아시아 소비자들이 명품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에서 벗어나자 명품 업체들이 글로벌 가격을 ‘현실화’하며 조정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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