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월 10일은 미국 나스닥지수가 5,132로 역사상 최고를 기록한 날이다. 이후 곧바로 ‘닷컴버블’이 터졌고 1년 후 지수는 2,000 이하로 급락하면서 벤처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졌다.
15년이 지난 2015년 3월 나스닥지수는 다시 한번 5,000을 넘었다. 미국의 벤처산업은 이미 2년 전부터 버블이냐 아니냐의 논쟁이 지속될 정도로 뜨겁다. 지난해 미국 전체의 벤처투자는 약 480억 달러(약 52조 원)로 최대 규모였고 115개 벤처회사가 미국 증시에 상장해 기업공개(IPO) 역시 최대 실적을 보였다. 매출 1000만 달러인 와츠앱은 페이스북에 200억 달러에 인수됐고 공유경제의 대표 벤처회사인 우버는 400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우버는 국내 시가총액 2위인 현대자동차보다 기업가치가 높은 회사다.
실리콘밸리 지역은 1990년대부터 미국 벤처업계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 벤처투자의 60∼70%가 미국에서 이뤄지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실리콘밸리의 벤처회사에 투자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회사를 ‘유니콘’이라고 부른다. 상상의 동물처럼 희소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유니콘’에 진입한 회사가 테크 분야에서만 40곳이 넘고 이 중 70% 정도가 실리콘밸리에 있다. 그만큼 실리콘밸리는 투자라는 양적인 측면과 벤처회사 성장이라는 질적인 측면에서 벤처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벤처창업 비용이 대폭 감소하고 초기 벤처창업자금이 많이 유입되면서 벤처회사 설립이 더욱 활발해졌다.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치고 창업을 꿈꾸지 않는 사람이 없다. 대기업에 근무하면서도 밤이나 주말을 이용해 친구들과 사업을 구상하고, 파트타임으로 창업을 하는 사례도 있다. 창업 후의 실적이 좋지 않아도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에 재취업이 쉽다는 점도 창업에 적극 뛰어들도록 한다.
벤처회사의 투자자금 회수 환경도 더욱 좋아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 벤처회사의 80∼90%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자금을 회수할 정도로 M&A가 활발했다. 반면 IPO는 제도가 복잡하고 비용이 높아 활성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잡스 법안’으로 벤처회사의 IPO가 쉬워졌다. 이로 인해 자금 회수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벤처투자도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강화됐다.
이처럼 벤처 창업을 독려하는 분위기 덕분에 2000년 닷컴버블 붕괴를 넘긴 구글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긴 페이스북처럼 경기를 넘어서는 위대한 회사가 실리콘밸리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벤처기업은 지금도 시행착오를 통해 위대한 회사를 꿈꾸고 있으며 벤처캐피털은 오늘도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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