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신세계그룹이 대학생을 상대로 개최한 ‘제1회 지식향연’에서 강연자로 나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문학 전파에 나선 것은 신세계그룹의 경영 이념 중심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취업난 속 대학생들이 토익점수나 학점 등 스펙 쌓기에만 열중해 정작 인간과 삶에 대한 통찰력을 키울 기회가 부족하며, 따라서 청년들에게 올바른 삶의 지표를 제시하는 인문학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정 부회장의 생각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런 점을 적극 반영해 인문학적 소양을 기반으로 통찰력을 갖춘 차별화된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또한 임직원들에게 인문학을 접할 기회를 최대한 많이 제공할 방침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11월 대졸 신입사원 채용에서 스펙 중심의 평가방식을 탈피해 오디션 방식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드림 스테이지’를 시작했다. 드림 스테이지는 ‘자신의 꿈을 펼치는 무대’라는 뜻으로, 응시자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열정과 역량을 평가 받는다.
드림 스테이지는 △블라인드 면접 △서류 전형 및 1차 면접 점수는 반영하지 않는 ‘제로 베이스 면접’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준비과정과 잠재역량을 제한된 형식 없이 펼쳐 보이는 면접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면접관들에게는 응시자의 출신 학교와 전공, 나이와 같은 개인 정보가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
신세계는 또 응시자들에게 실제 현업에서 고민하고 있는 주제를 미리 알려주고, 응시자들이 자유로운 형식으로 발표하도록 유도한다. 백화점 영업 직군에는 상품을 판매하기 전에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포 서비스(Before Service) 활성화 전략’을, 이마트 매입 직군에는 ‘1인 가구 시대에 개선해야 할 식품 구성’에 대한 발표를 요청하는 식이다.
면접에 참여했던 신세계그룹의 한 관계자는 “응시자들이 자신이 지원한 직무에 대해 생각보다 깊이 있는 발표를 준비해와 깜짝 놀랐다”며, “현업에서 당장 활용해도 될 만한 아이디어가 상당수 있었다”고 밝혔다. 드림 스테이지 전형으로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한 계열사는 신세계, 이마트, 신세계 인터내셔날, 신세계건설, 신세계아이앤씨, 신세계사이먼 등 6곳이다.
정 부회장은 평소 ‘유통업은 사람이 중심’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직원들이 행복해져야 가족과 주변 사람은 물론이고 회사의 고객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에서 진행되는 지식콘서트의 인문학 특강 비중을 늘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010년부터 두 달에 한 번씩 인문학 분야의 전문가와 저명인사를 초청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지식콘서트’를 연다. 이마트는 지난해 7월 지식콘서트 ‘생각씨앗’에 인문학 전문가인 서강대 최진석 교수를 초빙해 직원 대상 특강을 진행했다. 또 조직원의 독서율을 높이기 위해 ‘이마트 사내 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매달 전국의 이마트 지점을 돌며 열리는 ‘북프로포즈’도 조직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는 행사다. 이마트는 지난해 서울 대구 광주 제주 등 총 9개 지역을 돌며 ‘북프로포즈’ 강연을 진행했다. 서울여대 김창옥 교수와 스타강사 김미경 씨의 강연이 특히 사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이마트는 향후 북프로포즈 강연을 지속적으로 열고 다양한 분야의 강사를 초빙해 사원들의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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