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 도심에서 올해 처음 분양에 들어간 성동구 하왕십리동 ‘왕십리 센트라스’ 본보기집이 20일 문을 열었다. 방문객이 몰려들면서 주말까지 3일 동안 3만여 명이 다녀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대기번호 805번, 805번 고객님은 상담창구로 오세요!”
20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왕십리 센트라스’ 본보기집에서는 이런 안내방송이 쉴 새 없이 나왔다. 번호표를 뽑아 상담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마시고 버린 일회용 커피 잔이 쓰레기통에 수북이 쌓였다. 이날 오전 이 상담창구를 찾은 사람만 시간당 200여 명. 오후엔 방문객이 더 늘어 이날 하루 8500여 명이 이 본보기집을 찾았다. 왕십리뉴타운 3구역에 들어서는 이 아파트는 서울 강북 도심에서 올해 처음 분양되는 아파트다.
정장 차림으로 방문한 서모 씨(33)는 “근무 중 반차를 내고 들렀다”며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여의도의 직장까지 지하철로 출퇴근하기 편해 이 아파트에 청약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모 씨(60·여)는 “딸 부부가 전세금이 올라 허덕대다가 이번에 청약하겠다며 본보기집에 대신 가 봐 달라고 해서 왔다”고 했다. 현대건설은 개관 첫날부터 주말까지 3일간 3만여 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했다.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2015 분양 대전(大戰)’의 막이 올랐다. 수도권에서 불붙은 청약 열기가 서울 도심권까지 확산되며 실수요자는 물론이고 투자수요자까지 들썩거리는 분위기다.
2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3∼6월 분양되는 900채 이상 대단지 아파트는 9곳, 2만1147채다. 최근 몇 년간 재개발사업이 침체돼 서울 도심에 대단지 분양 물량이 별로 없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청약과 기존주택 매매시장이 모두 뜨거워질 조짐이 보이자 분양이 지연되던 지역의 사업이 재개되기 시작했다. 건설사들이 빠르게 공급 물량을 늘려 4월에는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에서 ‘e편한세상’ ‘아현역 푸르지오’ 등 2950채가 분양에 나선다.
▼ “전세금 허덕대다 이번에 청약 결심”… 주말 3만명 북적 ▼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청약 이후 6개월 미만 기간에 분양되는 초기 분양률이 서울지역 민영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3분기(7∼9월) 48.6%에서 4분기(10∼12월) 83.4%로 훌쩍 뛰었다.
특히 지난달 말 주택청약 제도가 완화돼 청약통장 1순위 가입자가 대폭 늘어난 데다 전세 세입자들의 매매 전환이 잇따르면서 올해는 청약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북 도심지역은 뉴타운 개발 초기만 해도 미분양된 곳이 많았지만 최근 전세시장이 불안해진 영향으로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들의 인기가 크게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북 도심지역 분양에는 실수요자뿐 아니라 분양권 전매나 임대수익을 노린 투자자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왕십리 센트라스 본보기집 앞에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10여 곳이 텐트를 치고 방문객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있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단지는 계약하자마자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어 투자자들이 꽤 몰리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강승우 현대건설 분양소장은 “대구 부산 등 지방에서 이 단지의 오피스텔 투자를 문의하는 전화가 꽤 많이 온다”고 말했다.
수도권 분양시장의 열기도 계속되고 있다. 20일 문을 연 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의 ‘e편한세상 수지’ 본보기집에는 주말 3일 동안 3만여 명,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동탄2신도시 A11블록 예미지’ 본보기집에는 2만8000여 명이 몰렸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주택시장 회복세로 인해 2월에 건축 인허가를 받은 주택이 작년 2월(2만9707채)에 비해 12.1% 늘어난 3만3301채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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