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환급금 실태 분석
바로 지급정지 조치땐 76% 환수… 계좌서 돈 인출된 뒤엔 방법없어
“안녕하세요. 여긴 금융감독원인데요. 지금 선생님의 은행 계좌정보가 유출돼 돈이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빨리 계좌에 있는 돈을 빼서 다른 곳에 넣어둬야 합니다.”
난데없이 걸려온 전화에 놀란 회사원 박모 씨(48)는 곧장 은행으로 달려가 전화 속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계좌에 있던 580만 원을 인출해 모르는 계좌에 입금하고 말았다. 잠시 한숨을 돌리고 나서 생각해 보니 ‘아뿔싸, 이게 말로만 듣던 보이스피싱인가’ 싶었다.
박 씨는 곧장 은행 콜센터에 보이스피싱 피해 사실을 알리고 지급정지를 요청했다. 다행히 사기에 이용된 계좌에서 아직 돈이 빠져나가지는 않은 상태. 5분 만에 지급정지 조치를 취한 덕에 박 씨는 피해금액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었다.
전화로 계좌이체나 송금을 받아 돈을 가로채는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를 당했더라도 금융감독원에 신속하게 신고할수록 피해금액을 많이 돌려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23일 보이스피싱, 대출사기(개인정보를 빼내 대출을 받아 가로채는 것) 등 금융사기 피해에 따른 피해환급금 반환 실적을 집계해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2011년 9월 3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총 6만3000명이 4554억 원의 금융사기 피해를 봤고 이 중 25%인 1137억 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특히 지난해부터 대출사기 피해자에 대한 구제도 가능해지면서 피해환급금 반환 실적이 2013년 155억여 원에서 지난해 470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
금감원은 금융사기 피해를 본 경우 피해 사실을 즉시 알리고 사기이용계좌에 대해 신속하게 지급정지 조치를 취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급정지로 인출이 안 된 경우에는 은행에 피해환급금 반환 신청을 해서 잘못 입금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계좌에서 이미 돈이 빠져나갔다면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
금감원이 최근 2개월간 피해환급금 반환 실적을 분석한 결과 금융사기를 당한 후 10분 안에 지급정지 조치를 취하면 평균적으로 피해금액의 76%를 돌려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연될수록 돌려받기는 어려워졌다. 2시간 이내에 지급정지 조치를 하는 경우 피해금액의 23%만 돌려받을 수 있었다. 지급정지 요청은 경찰청(112)이나 금감원(1332), 거래 금융회사 콜센터를 통해 하면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부나 공공기관 직원을 사칭하면서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예금을 찾아서 가져오라거나 특정 계좌로 송금하라고 하는 경우 100% 보이스피싱 사기로 보면 된다”며 “피해를 봤다면 지체 없이 경찰이나 금감원에 신고해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지급정지 신청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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