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안 차이나 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5일 03시 00분


글로벌시장 매출증가 주춤… “내수위주 성장 한계” 분석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던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최근 주춤하고 있다. 글로벌 전자업계에서는 지난해 3분기(7∼9월)를 기점으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세계 평균보다 낮아지기 시작해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내수시장 위주로 고공 성장 행진을 이어오던 샤오미와 화웨이, 레노버 등 ‘차이나 빅3’ 업체들이 한계에 봉착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여전히 내수시장이 절반 이상

이달 초 열린 세계 최대의 모바일 전시회 ‘MWC 2015’에서 중국 업체들은 예년과 달리 놀랄 만한 신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한 해 실적을 책임질 플래그십 제품은 거의 없었다. 상대적으로 스펙이 떨어지는 중저가형 모델이 주류를 이뤘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샤오미는 한때의 유행이었다고 보고 있다”며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나 글로벌 유통망을 갖고 있는 화웨이는 여전히 긴장되는 경쟁 상대지만 샤오미는 내수 업체”라고 평가했다.

실제 샤오미의 내수시장 비중은 2012년 100%, 2013년 99.5%, 지난해 94.6%였다. 레노버는 유럽 시장 진출 등을 꾀하며 내수 비중을 줄여왔지만 지난해까지 여전히 76.4%였다. 화웨이도 절반 이상을 내수시장에 의존한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글로벌 상위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중국 업체들이 내수시장만으로 충분한 물량과 글로벌 점유율 상승을 보장받는 시절이 끝났다”며 “성장 전략의 초점을 해외에 맞춰야 하지만 해외 성과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말했다.

○ 中업체, 특허료 지불 땐 가격경쟁력 떨어져

중국 업체들이 대륙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특허 문제 때문이다. 이들 업체가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특허료를 정상적으로 지불할 경우 스마트폰 1대당 제조원가가 100달러 이상 올라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중국 업체들을 급성장시킨 비결이었던 ‘카피캣’ 전략의 한계인 셈이다.

샤오미는 그동안 전략시장으로 공략해 온 인도에서 지난해 말 에릭손으로부터 3G 기술 등 특허를 침해했다고 고발당해 제품 판매가 금지된 상태다. 최근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애플과 삼성 특허 때문에 미국과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 곧장 진출하는 것은 무리”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최신작에서 ‘퀀텀 점프’라 할 정도의 혁신을 보여줌으로써 중국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벌렸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갤럭시S5’가 공개된 다음 날 중국에서 모조품이 나왔던 것과 달리 갤럭시S6는 공개된 지 3주가 지나도록 아직까지 중국에서 짝퉁이 나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부품업계 관계자는 “메탈과 곡면 디스플레이는 쉽게 따라하기 힘든 고난도 공법인 데다 부품단가도 비싸기 때문에 모조품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애플과 현지 업체들에 왕좌를 내줘야 했던 삼성전자는 이번이 자존심 회복의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표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지난해 4분기(10∼2월) 중국 시장 2위로 올라서면서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대한 활로를 터놓은 것이 삼성전자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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