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시대 이끄는 ‘도심 출퇴근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5일 03시 00분


서울 아파트 월세비중 첫 30% 돌파

서울 종로구의 회사에 다니는 이모 씨(27·여)는 중구 남산동의 빌라에 월세로 살고 있다.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60만 원의 조건이다. 도심에서 벗어나면 월세가 더 싼 집이 있다는 걸 알지만 독신인 이 씨는 ‘도심 월세’의 편리함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이 씨는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시내에서 친구들과 만나기에도 편리하다”며 “아침에 남보다 늦게 일어나도 되고, 길에서 버리는 시간도 줄일 수 있어 결혼할 때까지 도심 월세를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20, 30대 직장인들 때문에 도심지역의 월세가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상업시설에 비해 주거시설이 적어 도심 외곽보다 월세가 다소 비싸지만 이를 감수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들의 움직임이 월세시대를 더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23일까지 신고된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보증부 월세 포함)의 비중은 31.9%였다. 서울시가 월별 전·월세 거래량 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월세 비중이 가장 높았다. 직전 최고치는 2월의 28.7%였다.

특히 서울의 25개구 중 상업시설이 몰려있는 종로구(43.4%)와 중구(42.9%)의 월세 비중이 가장 높았다. 대학생 밀집 지역인 관악구(39.5%), 사무실이 몰려있는 강남구(38.0%), 서초구(36.6%)도 월세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반면 주거지역 성격이 강한 자치구는 월세 비율이 낮았다. 금천구 아파트의 월세 비중은 19.1%, 양천구는 19.9%였다.

이렇게 서울 도심에서 월세가 빠르게 늘어나는 이유는 주거환경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도심에는 전세 물량이 적은 데다 그나마 남아 있는 매물도 전세금이 너무 올라 도심 거주를 선호하지만 가처분 소득이 적은 청년층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심 월세를 선호하는 젊은층이 늘어나면서 월세시대로의 전환이 앞당겨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안정된 직장이 있는 젊은 세대 중 내 집 마련보다 주거만족도가 높은 도심 지역의 월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이들은 집값이 오를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세금과 감가상각비 등 내 집 마련에 따르는 위험 부담을 떠안느니 차라리 월세가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층에서 월세에 대한 거부감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점도 도심 월세를 가속화하는 요인 중 하나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요즘 20, 30대는 대학생 때부터 월세를 경험한 경우가 많아 월세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이 적다”면서 “원룸에 살면서 수입차를 소유하는 청년층처럼 목돈을 집에 묶어두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 돈을 쓰려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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