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이모 씨는 요즘 하루하루 들뜬 기분이다. 20년 가까이 일하다 그만뒀던 쌍용건설에서 다시 ‘러브콜’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 임금을 제대로 못 받으면서 다른 건설사로 옮겼었다. 이런 그를 최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졸업한 쌍용건설이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1월 새 주인을 찾은 쌍용건설이 26일 마침내 법정관리를 졸업하며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떠났던 직원들을 불러 모으고 해외 수주에 시동을 거는 등 기업 정상화를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977년 창립한 쌍용건설은 1983년 쌍용그룹 창업주 고 김성곤 회장의 차남인 김석준 회장(당시 30세)이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하면서 무섭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후발주자로서 해외 시장에 주력한 전략이 효과를 봤다. 싱가포르의 상징으로 불리는 ‘래플스 시티’(73층·1986년 완공) 등 고급 건축물 시공에서 실력을 발휘했다. 1990년 중반에는 매출액 3조 원에 시공능력 6위를 차지해 기존 대형 건설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쌍용그룹이 해체되고 1998년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떠오르던 용’은 ‘이무기’가 됐다. 2004년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지만 새 주인을 찾는 데는 번번이 실패했다. 2007년 시작된 매각작업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이후 지속된 건설경기 침체로 총 7차례나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2013년 2월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그해 12월 법정관리까지 신청하자 건설업계에서는 재기 불능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위기가 끝나기는 할지 막막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쌍용건설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오너에서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한 김석준 회장은 갖고 있던 지분은 물론이고 전 재산을 회사에 쏟아 부었다. 직원들도 회사를 위해 퇴직금을 털어 주식을 사들였다. 전 임직원이 발로 뛰며 해외 발주처를 찾아다닌 결과 법정관리 중에도 해외공사는 단 한 건도 중단되지 않았다. 오히려 법정관리 건설사 최초로 해외 공사를 따내는 기적도 달성했다.
쌍용건설은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투자청을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다시 한번 ‘비상(飛上)’을 꿈꾸게 됐다. 두바이투자청은 김 회장이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구축한 탄탄한 인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두바이투자청의 인수 후에도 김 회장은 쌍용건설의 경영을 맡고 있다.
최근 쌍용건설은 회사 재건에 분주한 모습이다. 호황기에 약 2600명에 달했던 인력이 지금은 740명까지 줄었지만 다시 한번 가속페달을 밟을 생각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쌍용건설과 모기업이 된 두바이투자청과의 시너지 효과가 높을 것으로 평가한다. 두바이투자청은 아부다비투자청에 이은 UAE의 2대 투자자로 운영자산은 약 1600억 달러(약 177조6000억 원)에 이른다. 세계 곳곳에 공사를 발주하는 만큼 쌍용건설이 혜택을 볼 수 있다.
특히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세계적인 국부 펀드가 대주주라 국내외 신인도가 대폭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연간 수주 규모가 최소 4조~5조 원까지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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