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삼성, DNA 혁신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일 03시 00분


자율출퇴근… 수평적 문화… 열린 조직
“週40시간 알아서 근무시간 조절”… 13일부터 본사직원 대상 전면 실시
해외 출장 때 의전 간소화도 주문… 인수한 기업은 기술-업무만 공유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에 해외 출장 시 의전을 최소화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식’ 삼성의 체질개선이 사업구조 및 조직개편 등 하드웨어에 이어 조직문화와 근무방식 등 소프트웨어로도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87년 회장 취임 이후 ‘질경영’, ‘신경영’을 비롯해 7·4제(7시 출근 4시 퇴근) 등 조직에 새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제도 개선에 나선 것처럼 이 부회장도 평소 강조해 온 자신의 철학을 조직 문화에 반영하는 모습이다.

○ 수평적인 조직 문화

개인적으로 의전 문화를 불편해해 해외 출장도 가급적 홀로 다니는 이 부회장은 사장단 및 임원들에게 의전 최소화를 거듭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사장이 해외 출장을 오면 현지 법인 직원들이 모두 마중 나와 일렬로 서서 인사하는 한국식 조직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이 부회장도 수년 전 미국 출장길에서 이런 의전 방식을 경험한 뒤 절대 다시 하지 말라고 당부한 바 있다”고 전했다. 골프장에서 미리 부하 직원에게 라커룸 열쇠를 받아놓게 하는 등 업무와 관계없는 불필요한 주문도 없앴다.

○ 근무 방식에도 변화

삼성그룹은 이달 13일부터 삼성전자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한다고 31일 공지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 최소 4시간 근무하는 원칙만 지키면 주 40시간 내에서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앞서 2012년부터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개발 등 일부 직군에 시범 운영해 오던 것을 생산직군을 제외한 전 직군으로 확대 적용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부서별로 자율적으로 시행하되 자율출퇴근제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근무 시간에 대한 조건이나 단서는 최소한으로 달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주요 부서마다 금요일 오후 회의시간을 오전으로 앞당기는 등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본사를 시작으로 수원 등 국내 사업장은 물론이고 해외 사업장에도 이 제도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삼성그룹은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전자계열사에 이어 다른 사업 부문 계열사에도 이 제도를 전파할 계획이다. 해외 출장을 마친 뒤 휴가를 붙여서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고 돌아올 수 있게 하는 등 과거와는 달리 유연해진 근무 문화가 사업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자연스러워진 외부인력 수혈

외부 인력에 대한 자연스러운 흡수도 최근 삼성그룹이 추구하고 있는 새로운 조직문화다. 최근 분야별로 사들이고 있는 기업이 늘고 있는 만큼 열려 있는 조직 문화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삼성그룹은 인수합병(M&A)한 해외 기업의 인력 조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기술과 업무만 본사와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점령군처럼 본사 출신 최고경영자(CEO)를 보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됐지만 이제는 새로 흡수된 조직의 형태나 근무방식을 최대한 존중하는 모습”이라며 “기존 연구개발(R&D)에서 한 단계 나아간 인수개발(M&D·Merger and development)에 익숙한 조직 문화를 만들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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