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신이 올바르게 판단했거나 열심히 일해 바라던 성과를 내게 됐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 스스로를 ‘칭찬’하기 위해 오랫동안 사고 싶었던 옷을 사거나, 비싼 시계를 구입하기도 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한국어판 4월호에 실린 기사 ‘장바구니 들고 마트 가면 유기농 식품 많이 사지만, 정크푸드도 더 구매한다’는 스스로 올바른 행동을 했다고 느낄 때 작동하는 무의식적인 보상 욕구를 분석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마케팅 담당 우마 카르마르카르 부교수는 듀크대 퓨콰경영대학원의 브라이언 볼린저 부교수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쇼핑객 수천 명의 식료품 구입 영수증을 조사했다.
식품매장에서 본인이 직접 가져온 재사용 장바구니를 사용하면 약간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연구진은 이때 고객의 영수증에 표시된 할인 유무를 통해 자신의 장바구니를 사용한 고객과 나머지 고객의 구매 행태를 비교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 스스로 장바구니를 가져온 고객은 유기농 식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의 친환경 행동이 또 다른 친환경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고객들은 고지방, 고열량의 정크푸드 역시 더 많이 구매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런 행동이 전형적인 자기보상행위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 심리학은 이를 ‘라이선싱(licensing) 효과’로 표현한다. 카르마르카르 교수는 “어떤 상황에서 올바른 행동을 한 경우 그 상황과 관계없는 또 다른 상황에서는 올바르지 않은 행동을 해도 된다는 ‘권리’를 스스로에게 부여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건강 관련 의사결정을 주제로 한 비슷한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일반 콜라 대신 다이어트 콜라를 선택한 소비자들은 햄버거를 추가로 선택하는 비율이 높았다. 즉, 장바구니를 가져온 사람은 자신이 친환경적 행동을 실천한다고 느꼈고, 그 보상으로 달콤한 아이스크림까지 즐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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