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금리나 이자만 갚는 대출을 고정금리·분할상환대출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이 열풍이라지만 은행 지점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대출을 안내하는 현수막이나 입간판이 없는 곳이 많습니다. 알고 찾아오는 고객이야 어쩔 수 없지만 굳이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라고 권유하고 싶지 않은 게 은행의 속내인 것이지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고객이 안심전환대출로 대출을 갈아타면 은행들은 평균 연 3.5%의 이자를 받는 이 고객의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주택금융공사에 넘기고, 그 대신 2%대 초반 금리의 주택저당증권(MBS)을 받습니다.
연 1.5%포인트 정도 이자 차이가 나지만 금융당국은 “안심전환대출에 따른 은행권 손실이 크지 않다”고 합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이 일반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때 챙기는 이자마진(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것)이 연 0.3%포인트 수준입니다. 그런데 은행들이 주택금융공사에 대출채권을 넘기면 이때 0.2%의 수수료를 받고, 매년 관리비 명목으로 0.1∼0.2%포인트의 수익도 챙긴다는 것입니다. 대출금을 떼일 걱정도 사라지고요.
하지만 은행들의 설명은 다릅니다. 주택담보대출은 보통 10년 이상 취급되고 이 기간에 매년 받을 수 있는 연 3.5%대의 이자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합니다. 금융당국이 주택금융공사에 대출을 넘겨주고 받은 돈으로 신규 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MBS를 사도록 한 것도 불만입니다.
은행들을 한숨짓게 만드는 것은 안심전환대출만이 아닙니다. 3월 15일 저녁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과 긴급 회동을 갖고 일자리 창출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로부터 2주일 만에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이 채용확대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최근 은행권은 저금리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비용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신한은행과 농협이 이미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국민은행도 노조와 희망퇴직 문제를 논의하려던 참이었죠. 그러나 최 부총리의 말 한마디에 은행들이 다시 채용을 늘리는 쪽으로 ‘성의표시’를 할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사회적 책무도 중요하지만 안심전환대출, 채용 확대, 기술금융 등 정부가 내주는 ‘숙제’만 하다가 속으로 골병이 들 지경입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의 푸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립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