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근로자 소득을 향상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충분한 검토와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현재 최저임금 5580원이 10% 정도 오를 때 4대 보험, 연장근로, 휴일수당 등을 감안하면 기업 인건비 부담은 7000원대다. 영세 자영업, 중소기업은 고용을 줄여야 하고 몇몇 중견기업조차 노동절약적 설비투자로 인력을 줄여야 할지 모른다.
다수 근로자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생애 총소득이 늘어나는 것이다. 월급, 연봉이 당장의 소득이라면 평생을 통해 받는 임금의 합이 생애 총소득이다. 매월 300만 원씩 30년을 받는 것에 비해 매달 270만 원씩 40년을 받으면 생애 총소득이 2억1600만 원 늘어난다. 고령화, 연금재정 등 국가적 과제들을 생각하면 정부는 후자를 정책방향으로 선택해야 한다.
물론 이런 방향의 노동정책 추진은 간단하지 않다. 우선 근로자들이 당장의 임금 감소를 수용하고 생애 총소득은 증가하는 방안에 동의해야 한다. 정부는 근로자들에게 이를 설득해야 할 책임이 있다. 노사정 합의도 뒷받침돼야 한다.
그 핵심 수단은 제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고 임금체계를 혁신적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임금체계 개선은 직급과 근속연수에 따른 보상을 직무와 성과에 상응하도록 바꾸는 것이다.
임금체계 개선이 지지부진한 것은 기득권 세력들의 저항과 정부의 추진의지 빈약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임금체계 문제는 다른 그 누구보다도 정부와 공공부문 스스로 앞장설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젊을 때 한 번의 시험으로 평생 높은 직급에 있고 입사 순서가 ‘계급’인 상황에서 성과지향 임금체계는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전문성을 쌓지 않고 1년마다 직무를 바꾸는 공무원 직무순환체계도 성과를 논하기 어렵게 한다.
직무성격에 따라 관리직과 전문직을 분리하여 운영하지 못하고 모두가 고위 관리직 승진만을 추구토록 하는 인사체계도 문제다. 어쩌면 이러한 공공부문의 직무-보상체계와 유사한 민간의 체계가 임금체계 문제를 구호에 머물게 하는 진정한 원인일 것이다.
정부는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해 개선안을 마련하고 기업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용기를 발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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