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적도기니의 수도 말라보에서 약 350km 떨어진 몽고모 주민들이 먹는 물은 한국이 책임지고 있다. 적도기니 최초의 정수장 시설을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위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11월에는 몽고모 1곳으로 시작했지만 2013년부터 에베비인과 에비나용까지 적도기니의 3개 도시 총 4만5000명이 먹는 물을 K-water가 관리하고 있다. 》
세계 물 시장에서 국경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소규모 업체가 물을 직접 관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베올리아, 수에즈 등 다국적 물 전문기업들이 물 관리를 맡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전문 물 기업이 맡는 상·하수도 이용 인구는 2013년 기준 세계 인구의 약 14%인 10억4980명으로, 지난 10년 동안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 대구 세계물포럼 개최로 관심 높아져
12∼17일 대구-경북에서 물 관련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인 ‘제7차 세계물포럼(WWF)’이 열리면서 물 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 물 산업은 상·하수도를 통해 식수, 공업용수 등을 공급, 배출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홍수나 가뭄의 피해가 커지고, 대도시가 확산되면서 물 부족 현상이 세계 이슈로 떠올랐고, 통합 물 관리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기며 물 산업은 덩치를 키우고 있다.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해수의 담수화, 하천 운영 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영국의 물 전문 리서치 기관인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에 따르면 세계 물 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5560억 달러(약 606조 원)로, 2018년까지 연평균 4.2%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성장세를 감안하면 2018년에는 6890억 달러(약 751조 원), 2025년에는 9000억 달러(약 98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물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013년 기준 1.6%로 세계 9위다. 이 중 건설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해수의 담수화 플랜트 시장에서 점유율로 세계 1위(40%)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1978년 이후 수주한 27개 담수화 플랜트에서 하루 2200만 명이 쓸 수 있는 물(640만 t)이 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댐이나 정수장 등 물 관리 부문 해외 개척에는 K-water가 앞장서고 있다. K-water는 현재 파키스탄 파트린드에서 대우건설과 함께 대규모 수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벌이고 있다. 발전소를 지은 뒤에는 2047년까지 댐 운영을 맡게 된다. K-water 관계자는 “태국 물 관리사업, 필리핀 수력발전소 사업 등을 수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2020년까지 3만7000개 일자리 창출”
정부는 물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하고 2010년 10월 ‘물 산업 육성 전략’을 마련했다. 2020년까지 8개의 글로벌 물 기업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3만7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세계 물 산업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게 전략의 핵심이다.
하지만 해외 물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국내 물 기업들은 건설 능력이나 운영 역량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시너지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전력 산업의 경우 2009년 한국전력과 민간 기업이 ‘드림팀’을 구성해 400억 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수주한 것과 대비된다.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필수다. 물 관리가 필요한 국가들을 파악해 공동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오양진 WWF 조직위원회 대외홍보과장은 “7차 세계물포럼은 물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아시아의 물 문제를 조명하고 있다”며 “국내 물 기업과 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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