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하라며 공개적인 압박에 나섰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연간 1000억 달러(약 109조2800억)에 육박하는데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가치는 강세)하지 않는 게 한국 정부의 개입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9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주요 교역국의 경제·환율 정책에 대한 반기 보고서에서 “한국 외환당국은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 (외환시장) 개입을 상당히 늘린 것 같다”며 “(미 재무부는) 이 사안에 관여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4월과 10월에 내놓은 반기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외환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언급은 지난해 지적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미국의 이번 압박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에도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매년 늘어나는 등 무역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 측은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해 897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6.3%에 이르는데도 환율이 낮은 것은 원화 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막으려는 한국 정부의 개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지적에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 재무부가 매년 두 차례씩 경상수지 흑자액이 많은 나라를 중심으로 외환시장을 분석하는 상시적인 보고서”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한편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4원(0.04%) 오른 1092.7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엔 환율은 100엔당 906.80원으로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910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2008년 2월29일(895.57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원-엔 환율이 평균 900원까지 떨어질 경우 수출이 8.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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