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는 신용등급 낮다고 대출 안 해주는데, 카드사에서는 대출 받아가라고 매일 전화가 온다.”
은행은 높은 신용등급 계층에만 대출을 해주고 비(非)은행 금융회사들은 고금리 대출을 일삼는 바람에 중(中)신용 계층 1200만 명이 고금리 대출로 내몰려 ‘대출 난민’으로 고통 받고 있는 실태를 동아일보가 15일 보도하자 많은 독자들이 봇물 터지듯 불만을 쏟아냈다.
독자들은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에 덧글을 달아 “은행에서는 신용등급이 낮다고 대출을 거절하더니 햇살론을 받으려니까 이번에는 신용등급이 높다고 거절하더라” “3%에서 밀려나면 바로 30% 고금리인 게 말이 되느냐” “있는 사람들은 더 싸게 빌리고, 없는 사람들은 더 비싸게 빌려야 하다보니 연체와 신용하락의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한국 금융권의 ‘금리 단층’ 현상은 보신주의의 산물이다. 은행들은 우량한 고객만을 대상으로 안전한 영업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은 굳이 중금리 대출상품을 내놓지 않아도 은행 밖을 떠도는 서민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상황에서 어려운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
저축은행들은 대출 심사기법이 부족해 신용도에 따라 금리를 차등화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지만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다. 미국의 저축은행들은 지역 주민의 숟가락 개수까지 헤아릴 정도로 신용도를 제대로 파악해 금리를 매기는 ‘관계형 금융’을 통해 맞춤형 대출을 해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들이 10% 초반대의 대출을 속속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11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의 위험을 줄이고,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려면 금융소비자들의 신용도에 알맞은 다양한 금리의 대출상품이 나와야 한다. 은행과 제2금융권 모두 다양한 금리 수준의 대출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대부업체 수준의 고금리를 받고 있는 저축은행에 20%대의 이자율 상한을 두는 것도 검토해 볼만하다.
금융 교육도 절실하다. 취재 중에 만난 한 서민금융 상담사는 “연간 이자로 따지면 큰 금액인데도 금리에 둔감한 이들이 의외로 많더라”고 전했다. ‘그러게 왜 신용등급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느냐’고 고객의 책임만 물을 것이 아니라 금융회사들이 고객들의 채무 관리와 신용등급 관리를 지원하는데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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