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기기가 스마트폰처럼 보편적인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17일 만난 미국 가상현실 기업 오큘러스VR 공동 창업자 팔머 러키 씨(사진)는 VR의 미래에 대해 묻자 “수 년 전 우리 윗세대와 스마트폰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부모들도 모두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개발자 콘퍼런스 ‘유나이트 서울 2015’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러키 씨는 20세 때 만든 VR 헤드셋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세계 3대 게임박람회 ‘E3 엑스포’의 스타가 됐다. 같은 해 7월 비즈니스 부문을 맡아줄 브렌던 이리브를 만나 오큘러스VR를 창업했다. 클라우드 펀딩으로 240만 달러(약 25억9400만 원)를 모았다. 지난해 3월에는 오큘러스VR를 페이스북에 23억 달러(약 2조4800억 원)에 매각했다.
▼ “가상현실 기기, 스마트폰 같은 플랫폼될 것” ▼
그는 페이스북이 오큘러스VR를 인수한 것에 대해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CEO)와 내가 공통적으로 그리는 모습은 한국과 미국, 프랑스에 있는 세 사람의 친구가 같은 집의 같은 소파에 앉아서 대화하는 느낌을 갖는 것이었다”며 “가상현실은 불필요한 출장을 줄이고, 교육 기회를 넓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또 “페이스북이 인수한 후 오큘러스VR는 자금과 인력 면에서 훨씬 많은 가능성이 생겼다”며 “오큘러스VR는 페이스북과 별개인 여전히 독립된 기업으로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VR 콘텐츠’를 묻자 ‘수술 집도’ 장면을 꼽았다. 이 콘텐츠는 미국 개발자들이 만들어낸 의대생 대상 교육 프로그램으로 외과수술 장면을 함께 참여하는 것처럼 생생히 지켜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와 함께 내놓은 VR 헤드셋 ‘기어VR’가 나온 이후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자들은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개발자들이 만들어낸 콘텐츠로는 낙하산 훈련 시뮬레이션, 걷지 못하는 환자의 재활훈련을 위한 이미지 트레이닝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게임기기’로 출발한 가상현실 디바이스가 점차 교육, 의료 등의 범주로 영역을 넓혀나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러키 씨는 어린 시절 자신에 대해 “산만하고 주위 친구에게 방해가 되는 아이였다”고 말했다. 그의 부모는 러키 씨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가르쳤다. 그는 포트리스, 포켓몬 등 당시 쏟아져 나오던 콘솔(게임기) 및 PC게임, 전자기기에 열광했다. 차고에 내려가 직접 콘솔이나 스피커를 고쳤다. 그는 “내가 갖고 있는 전자공학 기술은 다른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갖고 있는 수준일 뿐이었다”며 “단지 나는 그들과 달리 ‘가상현실’의 실현 가능성에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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