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 시간)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만난 독일 지멘스그룹 공장자동화 사업부 랄프미하엘 프랑케 사장이 강조한 말이다. ‘공장 자동화’의 모범 답안으로 꼽히는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 방문에 앞서 그에게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싶은 내용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최신형 기계’에 대한 설명을 예상했지만 그는 예상을 깨고 “변함없는 직원 수”를 꼽았다.
지멘스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인더스트리 4.0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제조업 혁신 정책이다. 암베르크 시에 있는 지멘스의 ‘시스템 컨트롤러’ 생산 공장은 인더스트리 4.0을 대표하는 사업장이다.
○ 자동화=일자리 감소 통념을 깨다
암베르크 공장 입구에는 세 장의 사진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각각 1997, 2007, 2013년에 찍은 사진에는 파란 가운을 입은 공장 직원이 빽빽하게 모여 있다. 이 공장 생산 직원은 20여 년 동안 변함없이 1200여 명이다. ‘자동화=일자리 감소’라는 통념이 해당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진이다.
암베르크 공장의 불량률은 ‘0.0011%’다. 제품 100만 개를 생산할 때 나오는 불량품이 11개에 불과하다는 뜻. ‘품질 하면 지멘스’를 말해주는 숫자다. 1990년 100만 개당 불량품은 500개가 넘었지만 매년 불량률을 낮춰왔다. 지멘스 공장자동화 사업본부 토르스텐 부흐타 상무는 “최종 불량률 0%를 달성하기 위해 꾸준히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암베르크 공장이 ‘유럽 최고의 디지털 공장’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25년 전 공장 규모(1만 m²) 그대로 인력 충원이나 감축 없이 생산성을 8배나 끌어올린 성과 덕분이다. 지멘스는 공장 자동화를 도입하기 시작했던 1990년대 초부터 기계가 작업을 대신하는 자동화가 아닌, 사람과 기계가 함께 공정 최적화를 만드는 공장을 목표로 삼았다. 기계에 ‘단순 노동’ 일거리를 넘겨준 직원들은 소프트웨어(SW) 관련 교육을 받고 데이터 분석 관련 업무로 전환했다.
○ “한국 제조업, ICT 융합 방안 고민해야”
지멘스의 비결은 ICT와 제조업의 결합이다. 암베르크 공장은 제품 생산 모든 과정에서 데이터를 생산해내고 이 정보는 곧바로 통합 운용 SW로 전송된다. 하루 평균 처리되는 데이터만 5000만 건(2013년 기준)이다. 기계 이상이나 불량품을 감지하는 장치가 곳곳에 있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원인’을 분석한 메일이 담당자에게 전달된다.
지멘스가 암베르크 공장 외형을 짓는 데 들인 돈은 40만 유로(약 4억6600만 원)지만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들인 돈은 2억 유로(약 2300억 원)다. 지멘스 디지털 팩토리 사업본부 귄터 클롭쉬 대표는 “우리는 이 시스템을 ‘정보기술 도구(IT TOOL)’라고 부른다”며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사람과 기계가 함께 데이터 활용을 통해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케 사장은 “한국도 ICT 융합을 통한 생산성 향상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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