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기부하는 사람이 더 건강… 암 발병-비만율 낮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기부는 원칙적으로 자발적 나눔이다. 이기적 행위나 이윤 추구와 대비되는 개념이고 시장경제하에서 복지 실현과 부의 재분배를 위한 중요한 축이다. 정부의 정책도 이를 독려한다. 미국에서는 기부를 하면 기부금의 100%를 소득공제하도록 돼 있다. 우리나라도 2012년까지는 미국처럼 소득공제를 허용했었는데, 조세형평성을 고려해 2013년부터 세액공제(기부금의 15%, 특별한 경우 25%)로 바뀌었다.

미국 뉴욕주립대 올버니캠퍼스 경제학과의 바르쉬 외뤼크 교수는 최근 미국의 자선연구센터(COPPS)에서 제공하는 패널데이터를 사용해 기부와 건강의 상호관계를 살펴봤다. 즉 기부금 세금감면 혜택 정도에 따라 표본을 다섯 개 그룹으로 나눈 후 그룹별 건강에 관한 설문을 분석한 결과, 세금감면 혜택이 가장 낮은 그룹(평균 기부액이 가장 낮은 그룹)에서 전체의 4.9%가 건강이 ‘좋지 않다’고 답했다. 반면 세금감면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그룹(평균 기부액이 가장 큰 그룹)에서 건강이 ‘좋지 않다’고 대답한 비율은 0.8%에 불과했다. 또한 전자의 경우 ‘최상’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응답한 가정의 비율이 전체의 20.5%였지만, 후자에서 이 비율은 36.6%를 기록했다. 이 밖에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남녀, 인종, 결혼 여부를 불문하고 기부액의 증가는 고혈압, 폐질환, 관절염, 당뇨, 암, 심장질환, 정서적·심리적 장애, 비만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의 중요성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건강이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실업률을 낮추며 교육열과 저축률도 높인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건강은 개인의 사적 관심거리일 뿐 아니라 국가 경제의 흥망을 좌우하는 중요한 생산요소가 된 셈이다. 기부금에 대한 세금우대정책이 기부문화 확산과 기부금 증가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시민의 건강 증진과 경제성장으로 결실을 맺고, 또다시 더 큰 기부로 귀결되는 상생의 사이클이 존재한다면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인 복지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글로벌 화두가 된 공유경제, 나눔경제에 한걸음 다가서게 될 것이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