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드라이빙의 즐거움-연료 효율’ 모두 잡아… 골프 PHEV는 달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7일 03시 00분


[석동빈 기자의 DRIVEN]폴크스바겐 ‘골프 GTE

인류는 미래에 무엇을 타고 다닐까. 50년 뒤엔 엔진(내연기관)의 자리를 전기 모터가 상당부분 대체할 것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순수 전기차(EV)나 연료전지차(FCV)가 보편화하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과도기적 전기차가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첫 번째 대안은 하이브리드차(HEV)다. 별도의 충전이 필요 없이 달리는 중 버려지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모아두었다가 가속할 때 모터를 돌려 연료를 절약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자동차회사에서 HEV를 내놓고 있는데 일반 자동차에 비해 20∼30% 정도 연료소비효율(연비)이 높다.

두 번째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인데 전기차와 내연기관의 장점을 결합한 형식이다. 충전을 통해 전기 모터만으로 어느 정도 주행을 할 수 있고 전기가 바닥나면 그 이후는 엔진을 가동시켜 충전을 하거나 바퀴를 직접 돌린다. 다만 기존 PHEV는 효율에만 집중해서 운전의 재미가 없는 것이 단점이다.

그런데 폴크스바겐에서는 지난해 발표한 ‘골프 GTE’를 통해 드라이빙의 즐거움과 효율을 동시에 잡았다고 주장했다. 골프 GTE가 과연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을지 서울 시내와 고속도로를 달려봤다.

PHEV는 도시에선 전기차

골프 GTE는 일반 HEV에 배터리 용량과 모터 출력을 높이고 충전 기능을 추가한 것이어서 기본적인 원리는 HEV와 차이가 없지만 실제 주행은 상당히 달랐다.

배터리를 완충하면 전기 모터만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가 50km(HEV는 2km 안팎) 정도여서 도시에서 출퇴근용으로 사용할 경우 엔진을 전혀 쓰지 않고 충전된 전기만으로 주행이 가능하다. 매일 충전을 한다면 사실상 전기차로 쓸 수 있는 셈이다.

모터만으로 주행할 때 힘은 부족하지 않을까. 시승차에는 모두 4명이 탑승해 경사가 심한 북악스카이웨이를 올랐다. 세팅은 전기모터 모드로 맞췄다. 이 상태에선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가 거의 떨어질 때까지 엔진의 시동은 걸리지 않는다. 오르막길에서 정지했다가 다시 출발할 때 차가 힘겨워한다는 느낌이 없었다. 모터의 출력이 102마력으로 1.6t에 가까운 차체를 끌기에 부족한 편이지만 모터의 특성상 가속 초기에 큰 힘이 나오기 때문에 150마력 수준으로 체감됐다.

전기 모터 모드일 때 시속 100km까지는 1.6L급 소형차 수준의 가속 성능이며 시속 100km를 넘어서면 가속이 더뎌진다. 전기 모터로는 시속 130km까지만 속도를 낼 수 있다.

일상적인 시내 주행이나 규정 속도 이내의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전기 모터의 파워에 별다른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엔진룸에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동력장치가 들어갔다. 배터리는 뒷좌석 아래에, 연료통은 트렁크 아래에 각각 배치돼 에너지를 공급한다.
엔진룸에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동력장치가 들어갔다. 배터리는 뒷좌석 아래에, 연료통은 트렁크 아래에 각각 배치돼 에너지를 공급한다.
GTE 모드에서 돋보이는 성능

골프 GTE에는 엔진과 모터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GTE’ 모드가 있다. 기어 레버 왼쪽 옆에 있는 GTE 버튼을 누르면 차의 상태가 스포티하게 바뀐다. 이 상태에서는 204마력의 강심장이 된다.

제원상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7.6초다. 시속 180km까지는 가뿐하게 가속이 되고 시속 200km가 넘어서면 속도의 증가가 둔해진다. 골프 GTE는 1.4L 가솔린 엔진만 들어간 ‘골프 1.4TSI’보다 150kg 정도 무겁지만 생각보다 무게감이 크게 와 닿진 않는다.

시속 180km의 상태에서 차로를 빠르게 바꿔도 골프 특유의 안정감이 살아 있어서 불안하지 않았다. 북악스카이웨이의 구불구불한 커브길에서도 예상외로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코너를 잘 감고 돌았다. PHEV는 둔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했다.

엔진 쪽에 모터가 들어가 전륜의 무게가 늘었지만 뒷좌석 아래에 배터리가 자리를 잡아 전륜과 후륜의 무게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은 덕분이다. 또 무거운 모터와 배터리가 차체의 아래쪽에 배치돼 무게중심도 낮게 깔리면서 차체의 중량이 크게 늘었어도 차의 움직임은 일반 골프에 비해 약간 둔해지는 정도에 그쳤다. 그래서 폴크스바겐은 고성능 버전에만 들어가는 ‘GT(Grand Touring)’라는 명칭을 골프 PHEV 모델에 허락했다.

골프 GTE의 모터 시스템.(위 사진), 골프 GTE에 들어간 1.4TSI 엔진
골프 GTE의 모터 시스템.(위 사진), 골프 GTE에 들어간 1.4TSI 엔진
입맛에 따라 골라잡는 출력방식

골프 GTE는 일반 전기 콘센트에 3시간 45분(전용 충전기는 2시간 15분) 연결해두면 완충이 된다. 이때 들어가는 전기료는 누진세를 제외하면 1200원 수준. 50km를 1200원으로 갈 수 있는 셈이다. 1.6리터급 소형차는 50km를 가는데 5600원 정도가 들기 때문에 골프 GTE의 이동 비용은 소형차의 21% 수준에 불과하다. 배터리가 떨어지면 자동으로 HEV 모드로 전환된다. 이때의 연료소비효율은 일반 중형 HEV와 비슷한 16km/L 수준이다.

하이브리드 모드로 주행하면 배터리 잔량과 가속상황에 따라 전기, 엔진, 전기+엔진 등 3가지 방식을 차가 알아서 선택해준다. 특히 엔진과 모터의 동력 전환이 이뤄져도 운전자는 거의 느낄 수 없어 골프 GTE의 완성도를 엿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골프 GTE는 국내에서 당장 구입할 수는 없다. 시장 반응을 봐서 내년 이후에나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독일에서 판매가격은 3만6900유로로 한화로는 4290만 원이며, 국내 판매가격은 4900만 원 정도로 예상된다.

참고로 폴크스바겐의 대표 모델인 골프는 휘발유, 디젤, 천연가스, 전기, 그리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시스템을 모두 갖춘 세계 최초의 모델이다. 연료전지 시스템을 제외하고는 자동차에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동력 방식을 적용했다.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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