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낸 세금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조세부담률이 2년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 확대로 재정지출이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국민들의 세(稅) 부담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여서 조세정책의 틀을 다시 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명목 GDP 대비 조세부담 비율은 17.8%로 2013년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명목 GDP는 1485조780억 원, 정부가 집계한 지난해 세금총액은 국세(205조5000억 원)와 지방세(58조7828억 원)를 합쳐 264조2828억 원(잠정)이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일본(16.7%), 멕시코(16.8%) 보다 다소 높지만 미국(18.9%), 영국(28.4%) 등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4.7%)에 비해 많이 낮은 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 실적이 나빠져 법인세가 예상보다 덜 걷히고 내수부진, 환율 하락 등의 여파로 부가가치세, 관세 등의 수입도 부진해 지난해 전체 세수(稅收) 상황이 좋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세부담률 하락을 단순한 세수 부진의 문제로 볼 게 아니라 정부 조세 정책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든 국민이 단 1원이라도 납세의 의무를 져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 원칙’에서 오히려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출범 첫 해인 2013년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정비 등을 통해 조세부담률을 2017년까지 21%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세부담률 끌어올리기의 첫 단추 격인 소득공제 개편이 납세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원안에서 크게 후퇴하면서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이 올해 연말정산 결과를 전수분석한 결과 근로소득자 1619만 명 중 45.7%인 740만 명은 연말정산 개편에 따라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됐다. 전체 근로자 중 세금을 내지 않는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정부의 과세기반 확대 방침에 따라 2005년 48.7%에서 2013년에 31.2%까지 낮아졌지만 1년 만에 다시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여기에 연금저축 세액공제율을 높이고 출산·입양공제를 신설하는 연말정산 보완대책까지 시행되면 2014년 귀속분으로만 4227억 원의 소득세 감면이 추가로 이뤄지고 면세자의 비중은 더 높아지게 된다.
문제는 국민들의 세 부담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은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60년까지 정부의 총수입은 연평균 3.6% 증가하는 데 비해 총지출은 매년 4.6%씩 늘어나 적자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의 지출이 커지면서 정부의 의무지출에서 복지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42.2%에서 2060년에는 54.2%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복지를 늘리려면 조세부담률을 높이고 면세자를 줄여야 하는데, 납세자 반발이 크다는 이유로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며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지나친 공제항목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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