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선택상품 너무 많아도 스트레스… 고객은 3자택일 가장 좋아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7일 03시 00분


비슷비슷한 상품 잔뜩 나열하면 고민하다가 구매 못하기 일쑤
극단 피하려는 심리 이용해 소비자 선택폭 좁혀줘야

뇌신경학자들은 우리 머릿속에 존재하는 생각 체계를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직관 체계다. 산에서 뱀을 만났을 때 우리는 반사적으로 행동한다. 뱀을 앞에 놓고 토론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해야 할지 묻지 않는다. 재빠른 판단과 행동이 생존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숙고 체계다. 복잡한 계산을 하거나 깊이 있는 토론을 벌이는 등 노력이 필요한 정신 활동을 일컬으며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고객은 많은 경우 직관에 의존한다. 비슷비슷한 상품 중에 더 나은 것을 고르는 일은 고객에게 스트레스다. 탁월한 영업인이라면 고객이 이것저것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좀 더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상품을 구성한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저서 ‘상식 밖의 경제학’에서 이와 관련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중 하나가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넷 판에 나오는 광고다. 이코노미스트는 정기 구독 할 수 있는 유형을 1)온라인 정기 구독: 59달러, 온라인 1년 치 구독+1997년 이후의 모든 기사를 홈페이지에서 검색 가능 2)오프라인 정기 구독: 125달러, 인쇄물 형태의 ‘이코노미스트’ 1년 정기 구독 3)온라인과 오프라인 정기 구독: 125달러, 인쇄물 형태의 ‘이코노미스트’ 1년 정기 구독+1997년 이후의 모든 기사를 홈페이지에서 검색 가능 등 세 가지로 제시했다.

애리얼리는 위와 같은 세 가지 선택지를 놓고 대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100명 중 16명은 1번을, 나머지 84명은 3번을 선택했다. 2번을 고른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인간에게는 물건 고유의 가치를 알려 주는 계측기가 없다. 그래서 다른 것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 좋다는 점에 주목하고 그것에 따라 가치를 매긴다. 이른바 ‘비교 심리’다.

치과에서도 비슷한 영업 방법이 종종 사용된다. 임플란트를 하러 치과를 찾은 고객에게 갑사에서 제작한 98만 원짜리, 을사에서 제작한 215만 원짜리, 병사에서 제작한 390만 원짜리 상품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대부분의 고객이 을사를 선택한다. 갑은 값이 싸서 미덥지 못하고 병을 하자니 경제적으로 부담되므로 극단을 피하고 중간을 선택하는 것이다.

고객이 구매를 결정할 때 다양한 선택 안을 제시할수록 좋을 것 같지만 오히려 구매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시나 아이옌거 교수는 동료 교수와 함께 이를 실험으로 입증했다. 이들은 한 진열대에는 잼 6가지를, 다른 진열대에는 잼 24가지를 진열한 다음 쇼핑객들에게 시식하게 한 후 구입을 권유했다. 진열대가 놓인 통로를 지나간 242명 중 40%는 잼 6가지가 놓인 진열대를, 60%는 잼 24가지가 놓인 진열대를 방문했다. 처음에는 잼 종류가 많은 쪽에 매력을 느낀 셈이다. 그러나 6가지 잼이 놓인 진열대를 방문한 고객 중 실제로 구입한 사람은 30%였지만 24가지 잼을 구경한 고객 중 실제로 구입한 사람은 단 3%에 불과했다. 선택 안이 많으면 고민만 하다가 오히려 구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심리를 보여 주는 결과다.

고객이 가장 선택하기 쉬운 상황은 3가지 중 하나를 고를 때다. 아울러 이 3가지 선택 안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최종 의사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

오정환 미래경영연구원장 eco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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