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업무지구 좌초’ 용산 부동산, 오랜 침체딛고 용틀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8일 18시 19분


28일 오전 대우건설이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짓는 고급 주상복합 ‘용산 푸르지오 써밋’의 견본주택은 평일인데도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지난해 5월에 분양을 시작한 이후 한산했던 분위기와 딴판이었다.

분양 관계자는 “분양 초기에는 사람이 너무 적어 민망할 정도였는데 올해 1월 용산 미군기지 개발이 확정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투자 목적으로 오피스텔을 사두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지금까지 계약된 물량 중 절반이 올해 진행됐다”고 말했다.

용산 일대를 거대 복합상업지구로 개발하려던 국제업무지구 사업이 좌초된 뒤 싸늘하게 식었던 용산 부동산시장에 올해 들어 봄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용산 주한 미군기지 개발에다 불투명했던 신분당선 ‘용산~강남’ 구간 사업이 확정되는 등 각종 호재가 나오면서다.

용산구 일대 부동산 시장은 최근 10년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국제업무지구 사업 기대감으로 2005~2008년 집값이 43.7%나 뛰었지만 금융위기 이후 해당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다 결국 무산되자 내리막길을 걸었다. 주택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선 지난해에도 용산구 집값은 1.65% 떨어져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집값 상승률 꼴찌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28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용산구 주택 매매가격은 전달에 비해 0.13% 상승해 2월(0.07%)에 이어 두 달 연속 올랐다. 2011년 4월 이후 3년 10개월 만에 맛보는 상승세다.

전환의 분기점은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용산 미군기지 유엔사 부지(5만3000㎡) 개발 계획이었다. 미군 부지는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돼 높이 70m 이하의 저밀도 지구로 개발될 예정이다. 정부는 또 미군기지 캠프 킴 터에는 용적률 800% 이상을 적용해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최소화하기로 했고, 수송부 터에 대한 개발계획도 연내 결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용산 개발을 통해 5조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고 부동산 경기부양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분양을 시작한 고급 주상복합 ‘삼성 래미안 용산’ 분양담당자는 “3월 들어 본보기집 방문객이 크게 늘었고 실제 계약도 이달에만 150건 이상 이뤄졌다”며 “지난해 아파트를 분양받고 올해 다시 투자 목적으로 오피스텔을 분양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유엔사 부지 바로 옆 이태원동 청화아파트 전용 106㎡는 올 1월 호가가 7억 원이었지만 3개월여 만에 8억 원으로 올랐다. 인근 보광동, 동빙고동의 연립·다세대주택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이태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빨리 집을 팔고 싶다던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거둬들이고 매수자들의 문의도 부쩍 늘었다”며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지만 확실히 매도자 우위로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서울 여의도나 광화문 일대 빌딩에 공실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50층짜리 초고층 빌딩이 대거 들어설 경우 공급과잉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제업무지구가 무산된 경험을 한 투자자들이 개발 호재에 의심 섞인 눈초리를 보내는 경우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용산 지역은 이태원 경리단길 등이 패션, 문화의 중심지로 떠오르며 다시 조명 받고 있다”며 “하지만 일대 부동산가격이 장기적으로 반전될 지는 개발 계획이 가시화될 때까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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