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인 오라클이 ‘제품 끼워 팔기’를 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제재를 받게 됐다. 올해 2월부터 모바일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ICT 기업의 독점력 남용 행위를 집중 조사해 온 공정위 ‘ICT분야 특별전담팀(TF)’의 첫 결과물이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 오라클의 자회사인 한국오라클이 (기업용 소프트웨어) 제품을 끼워 팔아 경쟁을 제한한 혐의를 적발해 조사를 마치고 전원회의 상정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르면 6∼7월에 첫 제재를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각국 경쟁당국 가운데 오라클의 끼워 팔기 비즈니스 모델을 문제 삼아 제재를 가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오라클은 주요 고객인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에 정보를 저장·검색·가공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과 유지보수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해당 소프트웨어의 차기 버전을 끼워 팔기 했다. 공정위는 오라클이 이런 방식을 통해 한국 점유율을 60%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규정에 따르면 독점력 남용 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매출의 3%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따라서 오라클은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오라클의 한국 매출 8175억여 원 가운데 DBMS 관련 매출은 4886억 원이다. 공정위는 시장지배력 남용 시기를 2000년 이후로 보고 구체적인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오라클은 2006년에도 DBMS 관련 끼워 팔기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지만 당시에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는 ICT 분야 특별전담팀의 첫 사건인 오라클 이외에도 다른 글로벌 ICT 업체들의 위법 행위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미국의 통신칩 제조업체 퀄컴의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 여부는 조사에 다소 시간이 걸려 연말쯤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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