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분을 제외한 실질적인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여전히 “디플레이션 우려는 과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불황형 흑자’나 중앙은행의 환율·통화 정책에 대한 지적과 우려에 대해 과하게 문제 삼을 게 아니라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1일 “경기 침체에 따라 물가 하락세가 다른 품목으로 확산돼야 디플레이션이라 볼 수 있지만 지금의 저물가는 유가 하락에 따른 공급 요인이 너무 크다”며 “경제가 어느 정도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올해 하반기에는 물가상승률이 1%대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디플레이션 우려’의 방어 논리로 삼는 지표는 석유류 및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 지수다. 4월 현재 전년 동월대비 2.0%로, 0.4%인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거리가 있다. 일시적 공급 요인이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 본 물가는 아직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근원물가도 올해 들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일반인의 기대 인플레이션율 역시 4월에 2.5%로 사상 최저치라는 점에서 안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한은은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 역시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단기적 외부요인 때문으로 본다. 특히 물량 기준으로 보면 수출이 아직은 괜찮다는 평가를 내렸다. 실제로 올 3월 수출과 수입 증가율은 금액 기준으로는 -4.3%, -15.3%였지만 물량 기준으로는 6.3%, -0.1%로 나타났다.
한은은 최근의 수출 감소세가 아베노믹스 등 글로벌 통화 전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불편한 반응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나라가 경기 회복세를 높이기 위해 통화 완화정책을 편 결과 환율이 영향을 받고 있지만, 이를 ‘환율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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