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만 들썩… 달갑잖은 37개월 연속 경상흑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5일 03시 00분


3월 104억 달러… 역대 3번째 규모

3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03억9000만 달러로 37개월 연속 흑자를 냈다. 하지만 이런 실적은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생긴 ‘불황형 흑자’에서 비롯된 것이라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 유입이 늘면서 원화가치를 끌어올려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3월 경상수지 흑자가 103억9000만 달러로 작년 동월 대비 41.9%(30억7000만 달러) 늘었다고 4일 밝혔다. 규모 면에서 지난해 11월(113억2200만 달러), 2013년 10월(111억1000만 달러)에 이어 역대 3번째이다. 또 2012년 3월 이후 37개월 연속으로 흑자를 내 ‘3저(저원화-저유가-저금리)’ 호황기였던 1986년 6월∼1989년 7월(38개월) 이후 가장 길게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급격한 변화가 없다면 이전 기록을 넘어설 분위기다.

하지만 내용상으로는 빛 좋은 개살구란 비판이 나온다. 3월 중 상품 수출액은 495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541억 달러)보다 8.4% 감소했다. 수입액은 383억6000만 달러로 16.8%나 줄었다. 상품수지 흑자규모가 112억1000만 달러에 이르지만 수출이 많이 늘어 흑자를 낸 게 아니라 수입이 수출보다 크게 줄어 이익이 났다는 얘기다.

이런 불황형 흑자는 원화 강세를 재촉하고 있다. 경제상황이 정상일 경우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면 원화 가치가 오르고 수입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입이 늘어난다. 그러면 달러가 유출돼 원화가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지금은 내수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원화가치가 올라도 수입이 늘지 않아 원화 강세가 계속되고 수출 경쟁력만 끌어내리고 있다.

실제로 삼성증권이 국제결제은행(BIS)의 월별 실질실효환율(2010년 100 기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3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13.46인 반면 일본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70.57이었다. BIS 실질실효환율은 세계 61개국의 물가와 교역 비중을 감안해 특정 통화의 실질적인 가치를 나타낸 지표다. 100을 넘으면 기준연도인 2010년에 비해 고평가됐다는 뜻이고,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2012년 9월까지만 해도 일본(101.38)의 실질실효환율이 한국(99.72)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꾸준히 상승한 반면 일본 엔화는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약세가 지속되면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원화가치 상승이 한국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갉아먹으면서 수출에는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1분기(1∼3월) 수출액은 1355억6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1.2%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자동차와 가전, 디스플레이패널 등 주력 수출 품목의 수출도 감소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외환 당국에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재무부가 한국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경고하는 등 다른 나라의 견제와 감시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 절상 압력을 가하며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경상수지 흑자 폭 조절에 나서는 등 어떤 방법으로든 대책을 찾아 원화가치 상승 압력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원화#흑자#경상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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