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기존 인력을 내보내고 이를 대체할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데 들어가는 ‘고용조정비용’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경우 일자리가 연간 87만 개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가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과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10일 공동으로 내놓은 ‘고용조정비용 감축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고용조정비용을 각각 67%와 33% 낮추면 새로운 일자리가 연간 86만9000개 생기는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엔 청년 일자리도 14만6000개 포함돼 청년실업률이 10.7%(올해 3월 기준)에서 7.3%까지 3.4%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고용조정비용은 회사를 나가는 직원들에게 주는 퇴직금과 위로금, 신입 및 경력사원 채용비용과 교육비 등을 모두 합친 것이다.
국내에서는 정규직 근로자를 내보낼 때 드는 고용조정비용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초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한 SK텔레콤은 희망퇴직자에게 기본급의 80개월 치에 해당하는 위로금을 지급했다. 한화생명 노사는 지난해 상반기(1∼6월) 1차 구조조정 당시 평균 임금의 30개월 치였던 희망퇴직 위로금을 12월 2차 구조조정 때는 36개월 치로 늘렸다. 지난해 초 8300여 명을 내보낸 KT도 평균 5년 치 기본급을 위로금으로 지급했다. 고용조정비용이 늘어나면 기업들은 해고를 꺼리게 될 수밖에 없다. 대체 인력도 상대적으로 인력 조정이 쉬운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각종 노동 정책에는 대기업 정규직들의 목소리만 집중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노사정 대타협’ 역시 노동계가 일부 고임금 근로자의 기득권 지키기에 집중하다 지난달 결렬됐다. 여기에다 ‘정규직이 아니면 비정규직’이라는 고착화된 노동시장 구조로 인해 해외처럼 다양한 일자리 형태가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도 고용 창출의 걸림돌로 꼽힌다.
변양규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은 “국내 일자리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정규직 노조원의 기득권 지키기, 과도한 정규직 보호 법안, 정규직과 비정규직만 있는 기형적 노동시장 구조 등 ‘3대 진입 장벽’부터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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