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원창건설㈜, 문화재와 웃고 운 50여년… 조상의 얼 보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03시 00분


원창건설㈜ 안상열 회장 사진집 중 1970년대의 법주사 풍경.
원창건설㈜ 안상열 회장 사진집 중 1970년대의 법주사 풍경.
안상열 회장
안상열 회장
문화재에는 소중한 역사가 숨어있다. 그리고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켜가는 사람들을 마주하다 보면 땀내 나는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있다.

문화재와 함께 걸어온 50여 년 외길. 충북 청주에 기반을 둔 원창건설㈜ 안상열 회장은 반세기가 넘게 문화재와 부대끼며 살아온 문화재 수리 기술자다. 문화재와 웃고 운 세월이 그를 이 분야 최고의 경지에 올려놓았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조상의 얼을 만진다는 사명감으로 일을 놓지 않았습니다. 삶의 종착역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전통의 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안 회장은 서울 성동공고 건축과 3학년이던 1961년, 국보 제1호 남대문 실측조사단에 참여하면서 문화재와 연을 맺었다. 선천적으로 부지런하고 대충 하지 못하는 꼼꼼한 성격을 지닌 그는 일을 맡았다 하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매달린다. 안 회장의 이런 장인정신 덕에 전국 곳곳의 문화재 수리 복원 공사에 단골로 불려 다녔다.

경복궁과 창덕궁 등 궁궐을 비롯해 경주 석굴암 전실, 순천 송광사 하사당실, 구례 화엄사 각황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등의 실측 설계는 물론이고 호서 제일가람으로 손꼽히는 보은 법주사의 금강문 등이 안 회장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걸작들이다.

2002년부터는 사진작가로도 활동을 시작했다. 보수 현장에서 촬영한 1970년대 흑백사진부터 전국 방방곡곡에서 찍은 사진들을 모아 청주에서 두 차례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2003년 제1회 청원문화관광 전국사진공모전 금상, 같은 해 충북 미술대전 사진부문 특선의 영예를 안았을 정도로 실력파다.

문화재수리기술자협회 회장을 지낸 그는 문화재 관리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우리나라의 문화재 보수·복원기술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문화재청이 지정기능자들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 탓에 수많은 기술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만큼은 경제·정치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가치 중심으로 가는 철학이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문화재 분야에서 일하는 기업들을 ‘특수 업체’로 인정하고 문화재청이 주관하는 문화재 수리 업무를 공사의 규모나 성격, 난이도에 따라 현실에 맞도록 공정하게 발주하는 제도적 개선이 절실합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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