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이동식 화장실을 보급한 ㈜무림교역(www.toilet-moolim.co.kr)의 이상정 회장은 화장실의 이미지를 바꿔놓았다. 냄새나는 공간에서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이 회장은 국내 화장실 산업의 개척자로 원초적인 화장실 풍경을 완전히 개선했다.
무림교역은 서울시 주택부국장을 마지막으로 16년간의 공직생활을 그만둔 이 회장이 1982년 6월 창립했다. 공직을 접고 서울시의 첫 공동주택 관리 시범사업인 가락동 시영아파트의 관리를 맡았던 그는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하던 장면을 보다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당시 100만 명의 구름인파가 몰렸지만 유심히 살펴봐도 ‘볼일’을 보는 공간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득 ‘이동식 화장실’이라는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86아시아경기와 88올림픽 등 국제행사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이동식 화장실에 대한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일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정확한 타깃에 참신한 아이디어, 그리고 수년간에 걸친 실태조사와 자료 수집 끝에 이동식 화장실을 탄생시켰다.
이렇게 세상에 나온 제품은 대박이었다. 각종 건설현장과 국립공원, 유원지 등 사람이 모인 곳에서 이동식 화장실은 적재적소에 공급되었다. 1992년에 내놓은 자연발효 방식 화장실은 2010년까지 전국 예비군 훈련장에 1000여 대가 설치될 정도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13∼18대 대통령 취임식에도 화장실을 독점으로 공급했다.
이 회장은 화장실 문화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정부에 다양한 제안을 하고 각종 언론을 통해 화장실 문화운동을 알리는 데 고군분투해 왔다.
화장실 연구에 30년을 바친 이 회장이 화장실 문화사에 길이 남을 선구자, 개척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그가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독일 일본 등을 오가며 발품을 팔아 수집한 화장실 문화 자료를 모아 1996년 출간한 저서 ‘호모 토일렛’은 화장실 분야의 교과서로 인정받고 있을 정도다.
서울 소망교회 장로인 이 회장은 줄곧 인류공영을 위한 신앙적 소명과 애국심, 사명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돈을 쫓기보다는 국가와 인류사회에 보탬이 되는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 이것이 그가 오랜 고민 끝에 찾은 기업의 목표다. 그는 “향후 동남아를 비롯한 지구촌 개발도상국에 위생적인 화장실을 보급하는 것이 목표”라며 자신의 ‘달란트(재능)’를 세상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