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해지는 듯하던 글로벌 채권시장이 또다시 요동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미국, 독일 등 주요국의 국채 가격이 연일 하락(금리는 상승)하면서 글로벌 자산 거품 붕괴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도 글로벌 금리 상승세와 같은 흐름을 보이며 당분간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시장 과열을 우려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형펀드로 대거 옮겨간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해 11월 초 이후 6개월여 만에 최고치인 2.36%까지 치솟았다가 소폭 내린 2.26%로 거래를 마쳤다. 1월 말 1.64%까지 추락했던 10년물 국채 금리가 2.3%대를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전날에는 하루 새 0.13%포인트 급등해 2.28%로 마감하기도 했다.
유럽 채권시장에서도 12일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장중 한때 0.73%까지 뛰었다가 0.06%포인트 오른 0.67%로 마감했다. 지난달 하순 장중 0.05%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점을 찍은 독일 10년물 금리가 채 한 달이 안돼 14배로 폭등한 것이다.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미국, 독일 국채 금리가 급등한 것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데다 세계경제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압력은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이 경기회복 조짐을 보이고,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3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시행 이후 채권 금리가 과도하게 떨어졌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는 “선진국 국채 투매 현상이 14일 미국과 일본이 30년물 국채를 발행하는 것을 계기로 ‘거품 붕괴’로 이어질지 ‘상당한 조정’에 그칠지 고비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채권금리도 세계 금리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12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137%포인트 오른 연 2.597%로 연초(연 2.660%)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한 달여 만에 0.5%포인트 이상 급등한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국채와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형펀드 수익률은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2일 현재 국내 채권형펀드와 해외 채권형펀드의 최근 1개월간 각각 평균 0.37%, 0.23%의 손실을 냈다. 국내 채권형펀드 196개 중에서는 무려 160개가 최근 1개월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특히 채권가격 변동의 2배씩 가격이 움직이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들은 한 달 만에 3~6%대 손실이 났다.
지속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간 국내 주식형펀드와 달리 국내 채권형펀드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지난달에 10년 만에 순자산 70조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수익률이 주춤하자 자금유입 속도가 뚝 떨어졌다. 국내 채권형펀드에 유입된 자금이 지난달 7200억 원을 웃돌았지만 이달 들어선 210억 원에 그쳤다. 해외 채권형펀드도 지난달 1100억 원 이상이 들어왔지만 이달엔 12억 원이 빠져나갔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장은 “적어도 3분기(7~9월) 중반까지 채권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채권형펀드 수익률도 좋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예금 대신 채권형펀드에 투자했다면 연말까지 갖고 있을 경우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기다리는 게 낫다”며 “하지만 주식 대신 투자한 사람이라면 예전처럼 6%대의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진 만큼 지금이라도 환매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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