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밀폐적인 방 문화는 우리나라 사람이 방을 좋아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욕망과 공간적 제약이 합쳐져서 만들어낸 해결책으로서의 결과물이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유현준·을유문화사·2015년) 》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달군 동영상이 하나 있다. 대낮에 연세대 인천 송도캠퍼스 옥상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남녀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다. 경찰은 “신체접촉일 뿐 성관계 장면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오간 얘기들 중 송도에는 특급호텔만 있지 모텔이 없어서 벌어진 ‘참사’라는 의견이 많았다. 자연스레 서울 신촌의 모텔촌이 오버랩됐다.
우리나라에는 왜 모텔과 카페가 많은 걸까. 저자인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책에서 이렇게 풀이했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사적인 공간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다. 하지만 집이 작고, 성인이 돼서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는 사적인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를 대체해줄 카페와 시간당으로 빌리는 모텔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개인의 욕망과 공간의 부족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시장경제는 노래방, PC방, 룸살롱 같은 방 중심의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호텔과 모텔은 무엇이 다를까. 호텔은 레스토랑, 카페 같은 부대시설이 많지만 투숙객들이 대면하기 꺼리는 모텔은 그렇지 않다. 가장 큰 차이점은 창문. 모텔은 최소한 환기만 될 정도로 창이 작은 반면 파크하얏트 같은 특급호텔은 전면이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유리창으로 돼 있다. 바깥경치를 보는 목적도 있지만 이런 비싼 호텔에 묵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처럼 창문은 건축물의 안과 밖을 연결해주는 통로인 동시에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사이의 권력을 조절하는 장치라고 저자는 설명했다.
이 밖에 왜 가로수길을 걷고 싶은지, 왜 강북의 도로는 구불구불한지, 왜 한국인은 집에서 TV를 많이 보는지 등에 대한 재미있는 해석을 책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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