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경남기업-STX 등 정치권이 부실 키워

[경제 좀먹는 ‘좀비기업’]
성완종 로비에 금감원 ‘봐주기’… STX는 대선 앞두고 구조조정 지연

정치권력이 은행의 기업 대출이나 정부 보증기관의 지원 과정에 개입하면서 부실기업 정리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회생 가능성이 희박했던 경남기업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정치(政治)금융’ 덕이었다는 정황이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의 지위를 이용해 감독당국이나 은행 경영진에 경남기업에 대한 지원을 해 달라고 압력을 넣거나 청탁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당시 경남기업 구조조정을 지휘한 김진수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경남기업 주채권은행이던 신한은행에 경남기업 지원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경남기업에 빌려 준 5200억 원을 대부분 떼일 위기에 처해 있다.

정치금융의 폐해는 STX조선해양, 대한조선, 팬택, 쌍용건설 등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주 나타났다. 2013년 대한조선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시중은행들이 반대하자 지역구 국회의원이 관련 은행장들을 찾아가 거세게 항의했고 그 결과 해당 은행이 자금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 급락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기업을 살리는 데만 급급한 정부 경제부처들의 행태도 좀비기업 양산의 원인으로 꼽힌다.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정부가 구조조정을 늦추는 바람에 STX그룹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 여파로 2013년에 산업은행은 13년 만에 대규모 적자를 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