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서 빌린 돈 총 141조원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못해
정부 지원금으로 연명, 세금 축내
산업용 변압기를 생산하는 수도권의 A기업은 한때는 80억 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잘나가는 중소기업이었다. 하지만 신기술 개발보다 돈을 빌려 공장을 늘리는 데 급급하더니 결국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게 됐다. 은행 대출로 연명하던 A사는 지난해 기술보증기금이 추가 보증을 거부하자 결국 파산했다. A사는 13년 전부터 기보의 보증 지원을 받아왔고 기보는 A사에 11억 원을 떼였다.
A사처럼 국민의 세금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해마다 늘고 있다. 17일 동아일보가 상장사들의 결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536개(금융회사 제외) 상장기업 중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이 31.6%인 486개나 됐다. 또 이들이 은행 등에서 빌린 돈은 총 141조2000억 원에 달했다. 이자보상비율이란 영업손익 대비 이자비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100% 미만이면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 가운데 3년 이상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면서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좀비기업은 2010년 14곳에서 2013년 58곳으로 늘었다. 또 이들이 안고 있는 부채는 같은 기간 7조 원에서 76조 원으로 급증했다.
좀비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정상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국민의 세금까지 낭비한다는 점이다. 좀비기업들에 들어가는 정부의 각종 정책자금이나 보증기관의 보증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마련된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존 가능성이 없는 부실 기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정상 기업에 정책자금이 흘러가야 고용과 투자가 늘어나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좀비기업 ::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부실 상태가 3년간 지속돼 차입금과 정부 지원에 의존해 유지되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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