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통화 - 신분증사본 등 3중 확인 거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9일 03시 00분


12월부터 안방서도 은행계좌 만들 수있어
금융실명제 이후 22년만에… 창구 안가고 비대면 실명 확인 허용

올해 12월부터 은행 고객들은 직접 점포에 가지 않고도 은행에서 계좌를 열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신분증 사본을 보내거나 금융회사 직원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본인 확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비대면(非對面) 실명 확인 허용 방안을 마련해 은행에는 올해 12월부터, 저축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기타 금융권은 내년 3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1993년 도입된 금융실명제는 차명(借名) 금융거래 금지, 본인 여부 대면 확인 등 두 가지의 큰 원칙을 담고 있다. 이날 정부가 밝힌 방안은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에 따라 이미 낡은 규제가 돼 버린 대면 확인 원칙을 22년 만에 용도 폐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 2, 3가지 방식 활용해 중복 확인

이날 정부가 제시한 비대면 본인 확인 방안은 네 가지다. 모두 미국 일본 유럽 등 금융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방식들이다. 앞으로 고객 신분을 비대면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금융회사들은 이 넷 중 두 가지를 선택해 중복 확인을 해야 한다.

우선 고객이 신분증을 직접 찍어 금융회사에 보내는 방식이 있다.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을 찍거나 스캔한 뒤 이를 온라인(모바일)으로 보내면, 금융회사는 이를 받아 행정자치부나 경찰청 등 발급기관을 통해 진위를 확인한다.

두 번째로, 영상통화를 이용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금융회사가 영상통화 기능이 있는 앱을 별도로 만들고 이를 고객이 스마트폰에 내려받아 이용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는 고객과 금융회사가 모두 영상통화 장비를 갖춰야 하는 데다 영업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 현금카드나 보안카드 등을 고객에게 전달할 때 우편(택배)업체 직원이 실명 확인을 대행하는 방법, 이미 이용 중인 다른 금융회사 계좌에서 새로 거래할 은행으로 소액(예를 들어 1000원)을 이체해 본인임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이 밖에도 정부는 휴대전화 인증번호나 다른 금융사에서 발급한 공인인증서 등을 통해 금융회사가 재량에 따라 추가로 본인 확인을 하도록 권장할 방침이다. 결국 고객이 점포를 찾지 않고 계좌를 개설하려면 최소 두세 단계의 인증을 받아야 된다는 뜻이다.

비대면 실명 확인 허용은 별도로 법 개정을 할 필요 없이 금융위가 유권해석만 바꿔주면 된다. 다만 금융권의 관련 시스템 구축과 테스트를 위한 준비 기간이 6개월 이상 필요하기 때문에 서비스가 보편화되려면 내년 상반기는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무인점포 활성화 기대… 대포통장 우려도

비대면 실명확인 허용은 금융업계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점포망이 약한 지방은행 등도 이제 적극적으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게 되고 은행들의 무인점포 역시 활성화되리라는 분석이다.

다양한 실명 확인 기술이 도입될 것이란 기대도 크다. 실제로 은행들은 비대면 실명 확인 기술 도입을 위해 다양한 핀테크 기업들을 물밑 접촉하고 있다. 홍채(虹彩) 인식 기술을 가진 기업인 이리언스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가 주최한 핀테크 행사를 통해 IBK기업은행으로부터 일대일 금융 자문에 응하게 됐다”며 “금융회사들의 본인 확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비대면 실명 확인 허용에 따라 대포통장 거래 등 금융 사기가 더 활개를 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임일섭 선임연구위원은 “지점을 들러 본인 확인 뒤 통장을 만드는 상황에서도 대포통장이 거래되고 금융 사기가 횡행한다”며 “제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보안 이슈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포통장은 통장 소유자가 계좌 개설 후 대가를 받고 통장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방식”이라며 “계좌 개설 방식이 달라진다고 해서 대포통장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장윤정 기자
#은행계좌#영상통화#신분증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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