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로 투자하는 금융상품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18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판매한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의 규모는 총 8500만 달러(약 927억 원)로 이 중 3000만 달러가 4월 한 달간 유입됐다. 같은 기간 대신증권도 달러 RP를 특별 판매해 710만 달러를 끌어 모았다.
이처럼 ‘달러 테크’에 나서는 투자자가 크게 늘고 있는 건 미국이 하반기(7∼12월)에 금리를 인상할 경우 달러가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선을 밑돌면서 달러 자산을 활용한 금융상품들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 골드만삭스 “美연준,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달러 RP는 증권사에서 약정한 3개월에서 1년 정도의 만기 상품으로 약정기간을 채우면 연 1.0% 수준의 금리를 제공한다. 대신증권의 91일 만기 특판 달러 RP의 경우 기존 달러 RP(연 0.9%)에 연 1.1%의 추가 수익률을 더해 연 2.0%의 수익을 돌려준다.
달러 RP가 다른 투자 상품보다 수익률이 높은 편이 아닌데도 주목받고 있는 건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차익이 비과세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발표한 외환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지난해 중반부터 달러화 강세가 심화되다 최근 주춤했지만 하반기에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달러화가 더욱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주계 IB 맥쿼리도 최근 낸 보고서에서 3개월 뒤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1120원으로 제시하며 당분간 원화 환율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신증권도 ‘달러자산 투자’를 증권사 공식 의견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승현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 이사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3%대로 진입할 것”이라며 “미국이 사물인터넷, 셰일가스, 전기자동차, 바이오기술 등 새로운 기술과 혁신에서도 중심에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달러자산 활용한 다양한 금융상품 봇물
달러자산 투자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달러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최초로 미국 달러화를 기준가로 산출하는 공모형 펀드 ‘미래에셋미국채권펀드’를 3월 출시했다. 달러화에 직접 투자하기 때문에 미국이 향후 금리를 인상해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도 곧 달러화 표시 미국 채권형 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은 최근 공모형 달러 주가연계증권(ELS)을 내놓았다. 기본적인 상품 구조는 원화 ELS와 같지만 달러로 투자하며 연 3.0∼5.0%의 수익을 추구한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2번에 걸쳐 공모한 달러 ELS에 10억 원가량이 몰렸다”며 “5월에 휴일이 많아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고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 외환은행이 국내 금융권 최초로 ‘달러 ELS 펀드’를 출시해 닷새 만에 4300만 달러를 끌어 모았다. 개인 고객 외에도 달러를 대규모로 보유한 수출기업 등이 1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이 펀드는 원화 ELS를 달러화로 투자할 수 있게 설계한 상품으로 대신증권, NH투자증권이 발행한 ELS를 기초자산으로 메리츠자산운용 등 6개 운용사가 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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