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드 리더 유럽전기차협회장, 선우명호 세계전기차협회장, 샹탈 기몽 캐나다전기차협회장(왼쪽부터)은 4일 ‘제28회 세계 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28)’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전기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EVS28 제공
“약 2년 전 네덜란드에서는 전기차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했습니다. 여러 기관들이 보조금을 덕지덕지 붙여주는 형태였죠. 결국 4만∼5만 유로(약 4880만∼6100만 원)인 미쓰비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아웃랜더’를 살 때 드는 비용이 1만 유로로 떨어졌습니다. 판매량이 급증했죠. 그러나 이건 인센티브가 아니라 실수였습니다.”
유리 드 리더 유럽전기자동차협회(AVERE) 회장은 “아웃랜더를 산 사람들은 PHEV를 타는데 전기차 모드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가솔린만 채워 일반 자동차처럼 쓰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사람들이 친환경차에 합당한 가치를 지불하지 않고 사다 보니 마치 내연기관차를 싸게 산 것처럼 인식하면서 친환경차가 제 역할을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무작정 보조금만 높게 지급하면 제조사들이 보조금을 주는 만큼만 생산하기 때문에 전기차 시장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4일 동아일보는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제28회 세계 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28)’에서 리더 AVERE 회장과 선우명호 세계전기자동차협회(WEVA) 회장(한양대 교수), 샹탈 기몽 캐나다전기차협회(EMC) 회장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리더 회장은 노르웨이를 전기차 확산의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노르웨이엔 지난달 기준 5만 대의 전기차가 보급돼 있다. 신차 시장의 20%를 전기차가 차지한다. 다양한 혜택 덕분이다. 전기차에 대해선 내연기관 자동차에 붙는 부가세 25%와 평균 1만 유로 안팎의 자동차세, 취득·등록세가 면제된다. 선우 회장은 “일각에서는 세수 감소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노르웨이는 이 세금 정책을 2018년까지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노르웨이는 전기차에 버스전용차선 이용, 페리 이용과 주차 및 완속 충전, 톨게이트 비용 무료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선우 회장은 “노르웨이는 북해 유전에서 나오는 석유는 수출하고, 자국 내 사용하는 전기의 대부분은 수력발전을 통해 생산한다”며 “전기차에 필요한 전력까지 친환경적으로 만들어 진정한 친환경차 국가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는 카 셰어링을 통해 전기차 시장을 육성하고 있다. 기몽 회장은 “약 2주 전 퀘벡 주 몬트리올 시가 전기차를 이용한 카 셰어링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전기차 1000대에 대한 국제입찰 공고를 냈다”며 “이는 전기차가 자동차 사용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카 셰어링을 이용하는 경우 평균 주행거리는 렌터카보다 짧다. 그러나 카 셰어링을 이용할 때도 유류비는 지불해야 한다. 이런 조건에서 전기차를 카 셰어링에 활용하면 배터리를 한 번만 충전하는 것으로 충분히 달릴 수 있으면서도 공공충전기를 사용하면 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세 명의 회장들은 테슬라의 혁신에 주목했다. 테슬라는 ‘모델 S’ 단일 모델로 올해 1분기(1∼3월) 약 1만 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기몽 회장은 “테슬라 고객은 ‘얼리어답터’이자 구매력이 있는 사람”이라며 “모델 S의 가격(7만∼10만 달러대)은 소비자층을 감안하면 수용 가능하면서도 운전의 즐거움, 배터리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해 시장의 새로운 욕구를 창조해냈다”고 설명했다. 리더 회장은 “테슬라의 1회 충전 후 주행거리는 최대 400km”라며 “테슬라를 경험한 이들은 고작 100km 달리는 전기차를 더이상 원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우 회장은 “테슬라는 공조와 라디오 작동, 차량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생겼을 때 디버깅(오류 수정 작업)까지 모두 17인치 모니터로 작업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등 기술 혁신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은 큰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의견이 대세였다. 선우 회장은 “2020년 세계 전기차 등록대수는 100만 대를 넘어설 것”이라며 “2030년엔 신차 시장의 15∼20%를 전기차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더 회장은 “전기차가 향후 커넥티드 카, 자율주행차와 결합되면 자동차 산업의 대변혁이 일어날 것”이라며 “향후 전기차의 배터리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역할까지 하게 돼 에너지 수급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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