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지역 中企제품 판매 의무화 추진
업계 “시장질서 거스르는 발상”… 소비자선택 제한 - 시장축소 우려
대형마트에 주변 지역 중소기업 제품을 일정 수준 이상 반드시 팔도록 의무화하고 지역민 채용을 법으로 강제하는 방안이 의원 입법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법안을 포함해 올해 들어서만 대형마트 규제 법안이 10건 넘게 제출됐다. 월 2회 의무 휴무, 추가 출점 제한 조치에 이어 봇물을 이루고 있는 이런 법안들은 대형마트의 경영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어 심각한 ‘입법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충남 천안을) 등 새정치연합 의원 12명은 대형마트의 지역 중기 상품 판매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21일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은 앞으로 매장이 있는 지역 중소기업의 상품을 얼마나 구매하고 판매할지, 지역 주민을 얼마나 고용할지 ‘지역협력계획서’를 작성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해야 한다. 지자체는 주기적으로 이 계획서의 이행 실적을 점검해 결과를 반드시 공개하고, 실적이 미흡할 경우 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
박 의원은 법안 제안서에서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업체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지역 생산품 및 특산품 판매 수준은 터무니없이 낮다”며 “대형마트 상품의 수도권 쏠림과 지역민 고용 외면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상품 생산지를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이 법안을 두고 유통업계에서는 “현실을 무시한 황당한 발상”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농축수산물은 해당 지역에서 어느 정도 조달할 수 있겠지만 공산품까지 일정 비율을 무조건 납품받는다면 높은 상품 조달 능력으로 가격을 낮추는 대형마트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여야를 막론하고 대형마트 규제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심재권 새정치연합 의원은 전통시장 인근에 매장 면적 330∼3000m²의 중형 슈퍼마켓 개설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 대형마트 규제법안 올들어 10건 넘어 ▼
또 이종걸 새정치연합 의원은 대형마트 입점 제한의 근거가 되는 전통상업 보존구역의 범위를 ‘전통시장 반경 1km 내’에서 ‘2km 내’로 늘리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올해 11월 23일로 일몰이 도래하는 전통상업 보존구역 규정 만료기한을 2020년 말로 5년 늦추는 법안을 냈다.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과 백재현 새정치연합 의원은 대형마트뿐 아니라 이케아 등 전문점도 월 2회 의무 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의 대상에 넣는 법안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의원들의 ‘규제 만능주의’가 입법권 남용으로 이어져 시장경제 질서를 해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한국규제학회는 지난해 의원 입법 규제 관련 보고서에서 19대 국회가 만든 ‘최악의 의원 입법 규제’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꼽았다.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는 “대형마트 제품의 생산지까지 규제한다는 발상은 질 좋고 값싼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대형마트의 근본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난다”며 “소비자들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관련 의원 입법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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