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벤처 창업자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주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벤처 창업 붐 확대방안’ 회의 때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언급되면서 그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벤처 창업자 병역특례 혜택은 현재 이공계 석·박사
학위 보유자가 연구기관에서 36개월간 근무하면 군복무를 면제해주는 제도인 ‘전문연구원제도’를 벤처기업 창업자에게도 확대 적용한다는
제안입니다. 벤처기업 창업을 독려하기 위한 인센티브로 활용하겠다는 말이죠. 하지만 병역 특혜를 노리는 가짜 창업자를 늘리는
창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한국 사회의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인 병역특례 혜택을
둘러싼 찬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오피니언팀 종합 》
▼ 군 면제, 벤처창업 기폭제 될 것 ▼
贊 대한민국은 지금 성장과 고용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한국경제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에서 1.4% 수준으로 하락했다. 청년실업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0.2%로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심각하다. 국제노동기구 기준을 따르면 실제 실업률은 20%를 확실히 넘을 것이다. 전체 고용률도 60.3%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이다.
성장과 고용의 유일한 대안이 벤처창업이라는 것은 미국 영국 등에서 이미 밝혀졌다. 대기업은 성장에는 기여하나 고용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은 성장 자체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벤처창업은 OECD 최하위권으로 하락한 반면 자영업 창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벤처창업의 확대가 창조경제의 최대 과제가 되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창조경제 벤처정책 결과 대학의 창업동아리 수는 3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3000곳에 육박하고 있다. 창업 현장의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창업 경진대회의 질적 향상도 괄목할 만하다. 드디어 서울대 공대 신입생 중 의대, 치대를 복수합격하고 공대를 선택한 비중이 14%에 달하는 고무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벤처창업에는 커다란 걸림돌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군 문제다.
일부에서는 창업은 경험이 많은 산업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다수의 창업가는 기업 출신이다. 그러나 정작 커다란 만루홈런형 창업은 경험이 부족한 청년 창업이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래리 페이지 등 세상을 바꾼 기업가들은 20대에 창업했다. 한국에서도 넥슨의 김정주, 네오위즈의 나성균 등이 있다. 그러나 글로벌기업가연구(GEM)에 의하면 한국의 초기 창업지표가 거의 0에 가까운 전 세계 최저 수준인 이유가 바로 군대 문제로 분석되었다. 대학생 창업 동아리인 네스트의 여수아 회장은 “현재 군대 문제로 창업동아리에 군 미필자는 거의 없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청년창업 모임인 SSN의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4%가 군대 문제로 창업을 포기하거나 정리하는 사례를 본 적이 있다고 답하고 있다.
창조경제연구회에서 한 벤처창업의 평균 미래가치가 170억 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연간 1만 개의 창업이 이루어지면 170조 원에 달하는 미래가치가 창출되고 고용 문제가 해결된다. 청년실업을 해결할 대안은 바로 청년창업이며 이를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 요인은 군대 문제라는 것이 결론이다. 그런데 다른 대안이 있는가? 부작용이라는 구더기가 무서워 창업국가라는 맛있는 된장을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대체로 벤처창업의 군대 면제에 대한 논점은 크게 효과와 부작용이라는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효과에 대한 우려다. 전문연구원제 등이 있는데 굳이 창업 면제가 또 필요한가 하는 질문이다. 기업가정신이 발현되는 창업이 샐러리맨인 연구원에 비하여 얼마나 큰 가치를 창출하는가는 기업가정신 연구에서 명백해졌다. 기존 대기업의 전문연구원제도보다 10배 이상의 국가적 기여를 할 수 있는 벤처창업에 군 면제의 우선순위를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둘째는 부유층의 악용과 부실 창업 가능성이다. 그런데 벤처창업은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 혹은 벤처캐피털의 투자 등 까다로운 벤처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자기 돈으로 창업한다고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유층이 우회 투자로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은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사전 규제가 아니라 사후 평가를 통하여 적발해 제재를 가하면 된다.
단언컨대 벤처창업의 군 면제는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할 창업 기폭제가 될 것이다.
이민화 벤처기업회 명예회장 KAIST 교수 ▼ 군복무 경험, 창업에 오히려 도움 ▼
反 ‘우수한 인재를 창업으로 이끌어 벤처창업 생태계를 활성화시키자’는 명제는 옳다. 이런 맥락에서 벤처 창업자에게 병역특례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정책의 효과는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 은행 BNP파리바가 2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기업가특성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가들은 평균 만 32.8세에 창업을 결심하고 실제 창업하는 연령은 만 34.5세다. 유럽은 30.5세와 32.3세,
중국은 29.4세와 30.8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카우프만 재단의 조사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술창업 당시의 기업가 연령이
35세 이상인 경우가 약 70% 이상이고, 25세 미만은 5%에 불과하다. 특히 매출과 고용 효과가 큰 창업의 경우에는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으며, 학위 취득 후 21년이 지난 시점에서 창업했다. 기술-산업경험-네트워크 모두 일정한 임계점이나 수준을
넘어서 창업을 할 때 그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창업생존율은 우리보다 20% 정도 높다. 우리는
창업 후 2년이 지나면 약 50%의 기업이 소멸된다. 한 번 실패하면 회복도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20대 초반의 학생이나
청년들에게 창업을 강요하는 것은 ‘사지(死地)’로 이들을 내모는 것과 같다.
미국의 20대 초반 창업자들은 우리와
달리 초등 및 중등교육 과정에서 기업가적 교육과 경험을 한다. 준비된 ‘예비 기업가’인 것이다. 우리도 병역특례를 거론할 게
아니라 창업의 기반을 갖추는 게 먼저다. 주요 대학에 ‘기업가정신전형’을 신설하고 확대하는 것이 더 실효성 있다. 즉 역량 있는
잠재적 기업가의 풀을 키우자는 것이다.
창업을 제대로 하려면 오히려 적극적인 군 경험이 필요하다. 창업자에게는 균형감, 자기 절제, 리더십 등의 역량이 필수적이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20대의 창업자들에게 군 복무 경험은 이런 역량을 키워줄 좋은 기회가 된다.
군 복무를 보다 생산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방과학기술연구원과 연계하여 국방 기술개발 프로젝트에 기술
역량을 지닌 예비 벤처 창업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 또 최근 미국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처럼 전역자들을 위한 창업 교육 및
모의 창업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와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여기에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보자.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장교 복무 경험은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들과 교류의 장에 참여시켜 자연스럽게 국제적 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초 경험의 장과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병역특례를 인정하면 벤처 창업자에게 우리 사회에
‘예외 조항’이 많이 존재하고 있음을 체험케 하는 것이다. 오히려 기업가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창업활동은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며,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과정’이다. ‘예외 조항’을 계속 허용하면 불확실성의 증대로 기회주의적 행동이 증가하여
벤처생태계가 건전해질 수 없다. ‘기회주의적 기업가’가 시장의 주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벤처창업자에게
병역면제 특례를 주는 사항은 창업자나 국가에 명분과 실리 면에서 모두 득이 되지 못한다. 그보다는 군 복무 경험이 보다 생산적으로
창업활동에 활용될 수 있도록 대안을 강구하는 게 더 중요하다. 벤처창업은 개인이 아닌 팀 단위로 접근해야 한다. 제도적 장벽,
역량 장벽, 심리적 장벽을 넘을 수 있도록 기반환경을 조성한다면 창업에 뛰어드는 우수한 자원은 늘어날 것이다. 군 복무는
기업가에게 장벽이 아닌 창업 준비 및 경험 과정으로 활용될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