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들… 백조인 줄 모르는 미운오리 많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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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마그룹 에를리흐 회장 인터뷰

“스스로 백조인 줄 깨닫지 못한 미운 오리 새끼가 너무 많다.”

이스라엘 벤처캐피털인 요즈마 그룹의 설립자 이갈 에를리흐 회장(사진)이 한국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내린 평가다. 요즈마 그룹은 보안·의료·통신 등에서 세계적인 벤처·스타트업 기업을 여럿 육성한 기업으로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의 모델이기도 하다.

서울에 ‘요즈마 스타트업 캠퍼스’ 설립을 앞두고 10일 한국을 찾은 에를리흐 회장은 투자할 기업을 찾기 위해 국내 스타트업 업계를 땅속부터 파헤치는 중이다. 30일 출국 예정인 그를 22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에도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의 큰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진 창업가들이 많은데, 대부분 세계 시장에서 날갯짓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 “당신은 미운 오리가 아니라 백조다”

에를리흐 회장은 싸이월드, 판도라TV 등을 미운 오리 새끼로 그치고 만 사례로 꼽았다. 그는 “싸이월드는 페이스북보다 3년이나 앞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으며 판도라TV도 구글의 유튜브에 버금가는 혁신적 아이디어로 무장한 서비스였지만 모두 한국 시장에 머물고 있는 ‘불행한’ 서비스”라며 “앞선 기술력과 실행력을 갖췄어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초기부터 세계 시장을 두드리지 못하면 절대 백조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에를리흐 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자신 있게 강조할 수 있는 이유는 1993년 설립 이후 꾸준히 이어온 요즈마 그룹의 성공 덕분이다. 에를리흐 회장은 “오늘날 전 세계 벤처 펀드의 35%가 이스라엘로 유입될 만큼 글로벌 투자자의 눈이 이스라엘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벤처 활성화를 위해 민간과 정부가 출자해 설립한 벤처캐피털 회사 요즈마 그룹은 최근까지 20여 개 스타트업을 나스닥에 상장시키거나 글로벌 기업에 매각시켰다. 이스라엘은 미국, 중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기업을 나스닥에 상장시킨 국가다.

그는 “이스라엘은 면적이 한국의 5분의 1가량이고 팔레스타인, 이집트 등 주변국과 충돌이 끊이지 않는 창업 불모지였다”면서도 “하지만 내수시장이 작고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위기의식을 바꿔 세계 시장 진출을 독려한 것이 이스라엘 벤처·스타트업 생태계가 성공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에를리흐 회장은 “벤처·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들 모두는 지금 이 순간부터 한국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사업 계획을 짜고, 영어를 사용해 소통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 “규제도 생태계 요소 중 하나다”

에를리흐 회장은 급속도로 성장할 산업 영역으로 핀테크 산업을 꼽으며 최근 금융당국의 보안성 심의 등 국내 규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 “당장 영어부터 익히고 글로벌 사업계획 짜야” ▼

요즈마그룹 회장 인터뷰


그는 “핀테크로 불리는 보험, 증권, 송금 등 금융 산업의 혁신은 규제의 진화, 즉 사이버 보안 영역의 발전과 함께 이뤄질 것이며 현재 보안상 규제가 시대에 맞게 변화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도 스타트업 업계 구성원이 책임져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에를리흐 회장은 “나의 경험상 규제는 안전과 안보, 개인의 정보와 재산을 지키기 위한 ‘선의’를 바탕으로 생긴 것으로 무조건 없애고 사라져야 한다는 시각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든 규제는 존재하며 이를 자신이 속한 생태계 요소 중 하나로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에를리흐 회장은 이스라엘 산업통상노동부 수석과학관(장관급) 등 10여 년간 공직 생활을 했다.

요즈마 그룹은 이 회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 세계 스타트업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올해 ‘요즈마 스타트업 캠퍼스’의 서울 캠퍼스 설립을 앞두고 있다. 이스라엘 이외에는 서울 캠퍼스가 전 세계 최초로 올해 문을 연다. 이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에도 스타트업 캠퍼스를 설립할 예정이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요즈마그룹#인터뷰#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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