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5일 주말과 연휴를 거치는 동안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또다시 구태가 드러났다. 이 기간 동안 일부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불법 보조금이 살포됐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7일 시장 감시가 소홀한 연휴를 틈타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 방통위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불법 보조금’과 이로 인한 ‘대란’이다. 이 둘을 잡기 위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불법 보조금 때문에 지금까지 이동통신 3사가 제대로 요금제 경쟁을 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동통신 3사가 앞다퉈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이동통신 시장이 요금제 경쟁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 불법 보조금이 다시 등장해 이 같은 시장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대란까지는 아니지만 불법 행위가 이어져 과열 양상이 빚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요금제 경쟁으로 가려 했던 시장 분위기가 한순간에 돌변했다”면서 “불법 보조금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요금제 경쟁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진짜 요금제 경쟁’을 위해서는 불법 보조금과 함께 이동통신사들의 고질적인 요금제 베끼기, 즉 ‘미투(me too)’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역시 미투 관행 때문에 모두 어슷비슷해 큰 차이를 발견할 수가 없다. 3사의 요금제는 수치에서 약간 차이를 둔 것처럼 보일 뿐 요금 구간, 가격 대비 데이터 양 등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오죽하면 KT가 가장 먼저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타사의 베끼기를 막기 위해 특허 출원까지 했을까. 소비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요금제를 통해 통신사를 선택하기 때문에 요금제 베끼기는 곧 경쟁을 거부하는 행위와 같다.
최근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알뜰폰은 이달 들어 가입자가 500만 명(8.8%)을 넘어섰고, 정부는 조만간 통신사를 하나 더 만들어(제4 이동통신) 경쟁 강화를 통해 통신요금 인하를 유도할 방침이다. 통신요금 인가제도 곧 폐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파격적인 요금제가 경쟁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휴대전화를 새로 구입할 때 통신사가 제공하는 보조금을 받는 대신에 20% 요금할인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도 등장했다. 내용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 ‘통신요금을 내려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근거한 움직임이다.
이런 시장의 급변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변화의 핵심을 간파하고 그 흐름을 타는 것이다. 지금 이동통신 시장 변화의 핵심은 ‘경쟁’이고, 이동통신 3사는 ‘진짜 요금제 경쟁’을 통해 그 흐름을 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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