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 변경을 통한 임금피크제 도입이 가능한지를 두고 국책연구기관이 개최하려던 공청회가 노동계의 실력 행사로 무산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 350여 명(경찰 추산)은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CCMM 빌딩 12층 회의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이 회의장에서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 계획이었고, 이에 대한 정부 입장도 공식화할 예정이었지만 노동계의 점거로 개최 자체가 무산됐다.
오후 1시 40분경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축사를 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섰지만 조합원들에게 가로막혀 입장조차 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를 맡은 경찰과 조합원들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공청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 장관은 조합원들과 약 10분간 대치하다가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으니 안 들어가겠다”며 발걸음을 돌렸지만 이후에도 시위는 20분간 이어졌다.
이날 정부는 취업규칙 변경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힐 계획이었다. 현행법상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사회 통념상 합리적이라면 동의가 없어도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례를 설명하려고 했던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반대는 할 수 있지만 그런 의견까지 수렴하고 함께 토론하기 위한 공청회를 물리적으로 무산시키는 행위는 앞으로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연구원은 조만간 공청회를 다시 열 계획이지만 노동계가 또다시 실력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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