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묻는 설문조사가 얼마 전 있었다. 파도, 생명, 자원, 어머니, 그리움 등등 다양한 대답들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많은 대답은 ‘미래’였다.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바다가 여전히 우주만큼이나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시대를 넘어 도전과 모험의 대상이자 현재보다 미래에 더 가치 있는 공간이 바다가 아닌가 싶다.
해양수산부장관을 맡은 지 어느덧 두 달을 넘어섰다. 이제 막 태동기에 있는 해양신산업들을 챙기면서 바다가 우리 경제를 이끌 신성장 동력이라는 생각이 더욱 또렷해졌다. 상상 속의 해양의 미래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확신도 갖게 됐다.
선진국들도 21세기 들어 앞 다퉈 신해양전략을 수립하고 해양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우리도 해양에서의 기회와 가능성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떠오르는 신산업 영역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선박 평형수 처리산업 등 이미 한국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산업도 있다. 선박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주입, 배출하는 평형수는 국가간 생물이동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 방지 차원에서 국제협약 기준에 맞춰 처리해 배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제해사기구가 승인한 36개 처리기술 중 13개를 보유하고 있고, 세계시장 점유율도 50%에 이른다.
해양심층수같이 발전가능성이 매우 큰 분야도 있다. 북극에서 발원한 심층수는 1000년에 걸쳐 동해로 흘러내려와 수심 200m 아래에 있는 청정한 물이다. 일본의 심층수 시장 규모는 3조 원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연매출액이 120억 원에 불과하다. 그동안 먹는 물 위주로만 활용되다 보니 영세성을 면치 못했지만 기술개발과 제도개선을 통해 올해부터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정보통신기술을 선박운항시스템에 융·복합한 이내비게이션(e-Navigation) 사업에서도 2020년 이후 1000조 원이 넘는 시장이 기다리고 있다. 엄청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정부도 연구와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상용화 직전까지 온 첨단기술들도 많다. 휴대전화나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리튬의 경우 무려 육상 매장량의 2만 배에 이르는 2300억t이 바닷물에 녹아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해수 리튬 추출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육상의 1.5배 수준까지 개발비용을 낮춘 상태다. 또 미세조류를 대량 배양해 바이오디젤과 같은 연료를 만들 수 있으며 기술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마리나 및 크루즈산업도 빼놓을 수 없다. 크루즈 방문객 1명이 한국에서 쓰는 돈은 약 1068달러로 항만에서 컨테이너 10개를 처리할 때 버는 수입과 맞먹는다. 두 산업 모두 부가가치도 높을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효과가 매우 커 적극적으로 육성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듯 바다에는 수많은 새로운 기회가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바다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해양수산부와 해양수산인들은 바다를 통해 국민 여러분이 행복하고 풍요로운 미래를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다. 바다의 힘을 통해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는 대항해에 더 큰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