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면 향기나는 캡슐담배… 2030세대서 터졌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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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새 판매량 50배 넘게 증가… 마케팅 공세에 젊은층 파고들어
일각 “청소년-여성 흡연율 높여”

흡연자 정모 씨(32)는 지난해부터 ‘캡슐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필터 부분을 이로 깨물면 필터 속 캡슐에서 터져 나온 커피, 민트 등의 향을 즐길 수 있는 담배다. 정 씨는 “처음 캡슐담배를 접할 때만 해도 생소했는데 요즘은 주변에서 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담배 경고그림 의무화 법안 통과로 금연 정책이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담배회사들이 ‘향기 담배’인 캡슐담배로 마케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유럽 등 선진국들은 수년 전부터 향기 담배에 대한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31일 KT&G,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각종 금연 정책으로 담배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캡슐담배는 오히려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KT&G 제품 기준으로 2012년 1분기(1∼3월) 1850만 개비였던 캡슐담배 판매량은 올해 1분기 10억4540만 개비로 3년 사이 무려 55배 증가했다. 전체 담배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2012년 1분기 0.1%에서 올 1분기 8.3%로 크게 늘었다.

캡슐담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색다른 맛을 찾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담배회사들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이다. KT&G는 2013년 ‘에쎄 체인지’가 인기를 끌자 지난해 ‘보헴시가 쉐이크’ 등 캡슐담배를 잇따라 출시했다. 필립모리스 등 외국 담배회사들도 앞다퉈 비슷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KT&G 관계자는 “20, 30대를 중심으로 필터를 깨물거나 손으로 눌러 캡슐을 터뜨리는 걸 즐기는 사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금연 정책 강화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캡슐담배의 성장세를 곱지 않은 눈으로 보고 있다. 향기 담배가 젊은층과 여성의 흡연율을 높이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3년 전인 2012년에 향기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담배규제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은 국민건강진흥법에 따라 담배 포장에 향기물질 표시를 금하면서도 담배사업법상 향기 담배 제조에 대한 별다른 규제는 없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전문의는 “담배에 향기를 첨가하는 것은 결국 청소년의 흡연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라며 “향기 담배가 얼마나 해로운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금연 정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경우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배사업법을 관장하는 기재부 관계자는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정책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가격 인상과 경고그림 부착에 따른 효과를 살펴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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