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어제 동아일보와 채널A 주최로 열린 제1회 동아GT라운드테이블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현하려면 은산(銀産)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며 “인터넷 전문은행만이라도 예외를 둬 혁신적 사업자들이 금융산업에 진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금융업계에선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서비스가 융합하는 혁명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것이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을 이용해 결제 송금 예금 같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FinTech)다.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모바일 결제와 쇼핑객들이 맡긴 돈을 불려주는 사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은 20년 전 인터넷 전문은행을 도입해 찰스슈워브은행 BMW은행 라쿠텐은행 등이 성업 중이다. ICT 강국을 자부하는 한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핀테크의 싹을 틔웠으나 각종 금융규제에 막혀 변변한 업체나 서비스가 나오지 못했다. 다음카카오는 2012년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를 기획했지만 금융당국의 보안 심의를 통과하는 데만 1년 반이 걸렸다.
정부는 핀테크의 선도사업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을 도입하기로 하고, 은행에 가지 않아도 통장을 만들 수 있는 비대면(非對面) 실명 확인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서비스에 필요한 보안 심의 규제도 풀었다. 그러나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의 가장 큰 걸림돌인 은산분리 완화에는 손을 못 대고 있다.
은산분리는 은행이 기업의 사(私)금고가 되는 것을 막고 경제의 기초인 금융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다. 은행법 제16조 제2항은 ‘비금융주력자는 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4%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핀테크가 발달하려면 금융권과 비금융권이 서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은행이나 금융회사가 아니라 첨단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은행업에 뛰어들어야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정부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해서는 이 한도를 30∼50%로 올릴 계획이지만 은행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규제를 푼 뒤에 만에 하나 사고가 터져 다시 규제를 양산하지 않도록 핀테크의 안전성을 확보할 보완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다. “핀테크가 한국 금융산업의 새로운 먹거리인 만큼 관련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하겠다”는 동아GT라운드테이블에서의 약속이 지켜질지 업계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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